[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전반적인 판매량이 줄어든 가운데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만은 선전했다. 중국이 2분기 이후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현지 건설, 토목산업이 때 아닌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건설기계 수요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국내사들의 최대 시장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보다 25.2% 늘어난 1조5700억원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기계는 13.5% 증가한 8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지난해 3~4월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연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코로나19로 지난해 연초까지만 해도 침체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가 3월 경기 부양책으로 철도, 고속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가 나서자 실제 건설기계 판매량도 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굴착기 수는 29만2864대로 전년보다 40.1% 증가했다.
호조세를 타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1만8686대를 팔며 2011년 이후 최고 판매 성적을 내기도 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22.4%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건설기계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1662대를 팔며 전년 동기보다 31.7% 성장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최근 10년 동안 최대 판매기록을 달성한 후 기념식을 연 모습.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올해에도 중국 내 교체 수요 증가로 호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굴착기 판매는 통상 1분기가 최대 성수기였으나, 올해는 2분기에 정점을 보일 예정"이라며 "2월 둘째 주 춘절 연휴 이후부터 (판매가) 본격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건설중장비 미디어그룹 KHL이 집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9위(3.3%)와 22위(1.2%)다. 합병 후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4.5%로, 세계 5위인 볼보건설기계(4.6%)와 사니(4.6%)를 위협할만한 수준이다.
한편 중국 매출은 호조였지만 지난해 두 회사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전년보다 1.8% 줄어든 8조350억원, 현대건설기계는 11.6% 감소한 2조5200억원을 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북미, 유럽에서는 모두 실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선진 시장보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 부진했으며 현대건설기계는 신흥 시장보다는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량이 저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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