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법인 투자자들과의 8000억원 규모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하며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 큰 산은 넘었지만 투자자들이 중국 법인 최대주주(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남아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14일 대법원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등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 재무적투자자(FI)가 제기한 매매대금 지급청구 소송에서 2심 재판부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2018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2심에서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두산인프라코어 패소 판결을 내렸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보다 앞선 1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두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두산은 이날 승소로 향후 파기환송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판결을 하게 된 서울고법이 기존 판결대로 투자자 승소를 유지하더라도 배상금 액수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6년째 이어진 FI와의 분쟁
이번 소송의 시작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94년 중국에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설립하고 사업을 키우기 위해 2011년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등으로부터 3800억원을 투자받았다. FI들은 투자의 대가로 DICC 지분 20%를 받았다.
분쟁의 시작은 두산이 투자를 유치하며 3년 안에 DICC를 중국 증시에 상장(IPO)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다. FI는 계약서에 'IPO에 실패하면 투자자가 두산 지분 80%도 함께 시장에 팔 수 있다'는 조항, 즉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이 있다며 이를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동반매도청구권은 소수 주주가 지배주주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비상장사의 경우 소수 지분이 매각이 쉽지 않을뿐더러 제값을 받기도 힘들기 때문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장치를 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지분 매각을 위해 인수 희망자에게 보여줄 내부 자료를 요청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를 거부했다. 인수 희망자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 자료를 보여주는 것은 기밀 유출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은 두산의 방해로 매각이 어려워졌다며 2015년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지분 20%를 8000억원에 다시 사가라고 주장했다. 즉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사를 위한 자료를 성실히 제공하지 않아 지분 매각이 어려워졌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날 두산인프라코어가 IPO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도 "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 조건 성취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4일 대법원이 두산인프라코어와 투자자들 소송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승소해도 유효한 동반매도청구권…중국 법인 어쩌나
이번 승소로 두산인프라코어는 큰 시름은 덜게 됐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승소하더라도 FI의 동반매도청구권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FI들은 패소 시 곧바로 동반매도청구권을 발동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 후 DICC 지분 100%를 제 3자에게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DICC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자회사로 건설기계 부문 전체 매출 중 40~5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 중 건설기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가량이다.
미래 성장 가능성도 나쁘지 않다. DICC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5% 성장한 30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굴착기 20만대 누적생산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 중 유일한 성과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지분 매각에 나서면 두산 측이 이를 다시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추진 중인데 중국 법인을 떼면 매각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지분을 매수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분 가격은 당초 투자자들이 제기한 8000억원 수준 이하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천억원대 수준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위한 현금 마련이 향후 과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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