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고사 위기에 처한 지상파를 살리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중간광고 전면허용 카드를 꺼냈다. 48년 만에 지상파 중간광고 규제가 풀린 것이다. 방통위가 1년 넘게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놓은 방안이지만, 지상파 중간광고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신. 사진/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13일 전체회의에서 방송광고 제도개선 관련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처리했다. 시청권 보호방안 보강과 이해관계자 추가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약 2년간 수정·보완을 거쳐 의결한 것이다. 개정안 통과로 지상파도 종편이나 케이블과 동일한 수준의 광고 규제를 받게 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마무리한다는 측면이다. 이런 부분이 시행되면 본격적으로 콘텐츠 품질을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빠르면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기쁨을 표했다. 지난 2017년부터 유료 방송 광고 매출이 지상파 광고 매출을 추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만 낡고 형평성에 어긋난 규제를 벗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궁여지책으로 분리편성광고(PCM)를 사용해 왔는데, PCM은 연령 고지 등으로 프로그램이 분리된다는 느낌이 있어 채널을 이탈하는 시청자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PCM과 중간광고는 단가 차이가 있어 중간광고보다 손해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더욱 더 평탄화돼 지상파가 미디어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상파도 이런 제도개선을 발판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콘텐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8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상파 중간광고 정책토론회. 사진/뉴시스
숙원을 푼 지상파와 달리 유료방송 업계와 시민단체, 학계에서는 지상파 중간광고의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공성·공익성을 위해 많은 혜택을 받는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시청권이 크게 침해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 지상파가 적자를 메운다는 차원에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면서 중간광고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이렇게 되면 지상파와 종편이 무슨 차이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시청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권 침해의 위험성이 있는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PCM을 제도권에 편입해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방통위의 설명에 최 교수는 "방통위가 이를 규제하고 제재 해야 했는데 본인들의 업무를 방치해 놓고 중간광고로 시청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며 "애초에 PCM도 못 하게 했었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케이블TV방송협회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협의회 관계자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광고 시장이 다 어려운 것은 공감하지만, PP 사업자도 보호할 제도적인 방안이 준비됐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진봉 교수도 "중간광고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때 시청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기관이 이런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배중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장.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중간광고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자연스럽게 국민들도 설득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중섭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미디어 재원이 넘어가고 해외 사업이 들어와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는데, 지상파만 규제로 묶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시장 환경과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개선해 지상파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오히려 국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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