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달 저축은행에서 연이율 10% 이하의 신용대출 비중이 증가했다. 연말 시중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돌입하면서 상당수 차주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저축은행에서 10% 이하 금리의 신용대출 비중이 늘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저축은행중앙회가 6일 공시한 '12월 가계신용대출 금리대별 취급 비중'을 보면 주요 저축은행에서 10% 이하 금리의 대출 비중이 증가했다. 저축은행 주요 빅3 업체들 모두 비슷한 양상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연이자 10% 이하 신용대출 비중이 2.14%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14%포인트 상승했다. OK저축은행도 전체 가계신용대출에서 10% 이하 금리로 취급한 대출 비중이 2.78%에서 3.76%로 늘었다. 같은 기간 웰컴저축은행 역시 지난달 10% 이하 금리 대출 비중이 4.93%를 기록, 전월보다 0.41%포인트 증가했다.
은행계 저축은행에서는 더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 사업을 취급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NH저축은행의 지난달 10% 이하 금리 대출 비중은 42.17%로, 전달에 비해서 20.15%포인트 상승했다. 절반에 가까운 대출이 고신용자에게로 취급됐다.
같은 기간 신한저축은행도 14.84%에서 15.05%로 증가했다. IBK저축은행은 58.07%에서 66.08%로 약 10% 늘었다. 하나저축은행은 0.24%에서 0.26%로 소폭 올랐다.
이처럼 주요 저축은행에서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증가한 데는 연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중단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를 주문했다.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겠단 의지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낮췄다. 대출이 어려워진 상당수 고객은 차선으로 저축은행 대출을 택했다.
당분간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이용 고객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중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축은행들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 대출 취급이 어려운 만큼, 중신용자 위주의 '박리다매'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재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시작한 신용점수제 전환도 고신용자 이용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요인이다. 올해부터 신용평가 방식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전환되면서 1·2금융업권별 차이보다 대출 금리 수준 등이 평가에서 중요해졌다. 고객들의 2금융 이용에 따른 부담이 낮아진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신규 대출 대부분은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 확산으로 대출 리스크를 강화하는 만큼 중신용자에 사업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상품 취급이 어려워지는 대신 디지털 비대면 채널을 통해 고객을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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