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8일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대국민사과와 비대위원장직을 연계하는 배수진까지 쳤다. 당내 반발에도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 시도는 역사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 8월 김 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사과'를 한 것에 대해 "역사의 진전"이라고 호평했는데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정치사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잘못에 대해 정당 대표가 국민에게 사과한 전례는 없었다. 김 위원장의 시도는 과거를 반성한다는 점에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움직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한 인사들은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당시 창당을 주도한 김무성 의원은 무릎을 꿇은 채 "통렬한 마음으로 국민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후 대략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제1야당의 대표가 대국민사과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날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분출됐다. 원외에서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굳이 이 시기에 사과를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국민들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과'로 전통 지지층의 반발을 일으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은 당내 반발이 격화되고 있지만 이를 정면돌파해야 한다. 올해 안에 정리하지 못하면 내년 보궐선거 뿐만 아니라 내후년 대선까지 선거 때마다 이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 자신이 추진하려는 의제와 법안들이 당내 반발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대국민사과도 추진하지 못한다면 향후 당대표로서의 역할도 우려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와 단절하고 과감히 당의 혁신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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