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 국회 통과를 강행할 경우 위헌법률심판청구 등 가능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외통위는 2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또 의결 직후 당초 '공포 후 6개월'로 돼 있던 시행일은 내년 3~4월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로 '공포 후 3개월'로 수정해 재의결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 소속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 각각 대표발의했고, 위원장 대안으로 조정했다.
앞서 개정안은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지난 8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조정위 활동 기한을 그 구성일로부터 90일로 규정한 국회법에 따라 개정안은 법안소위에 다시 상정됐고, 전날 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 속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해 전체회의로 넘겼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지난 6월4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라도 만들라"는 담화 이후 발의돼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반대한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에서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 모습. 사진/뉴시스(강원도민일보 제공)
당초 외통위는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관련 추가 논의를 하려 했지만 여야 의견은 이날도 극한 대립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법안소위는 전체 합의로 처리하는 외통위의 오랜 관행이 깨졌다"며 탄식했고,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인 민간의 대북전단 발송 자체를 금지하는 건 역대 어느 정부도 시도 못한 발상"이라며 위헌 소지를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김여정 북한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비난하고 엄포 놓지 않았다면 과연 이 법을 만들었을까. 아니지 않느냐"며 "명백한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비판했고, 박진·김기현 의원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90일이 지나도록 위원장이 조정위원회 구성도 하지 않았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태영호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는 현행법상 경찰력으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데 과잉입법"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우리의 토론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며 "야당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중점을 뒀지만 여당은 역시 헌법에 보장된 국가의 국민안전책임 문제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라고 진화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은 "사실 이 법안은 이전 국정감사나 다른 회의를 통해서도 여러 번 여야 토론을 거친 숙성된 법안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 위한 안건조정위 회부 사안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송 위원장은 정진석 의원의 '김여정 하명법' 발언에 발끈하며 "야당 의원이 주장을 할 순 있지만 적어도 같은 5선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인데 제가 김여정 하명 받아 법안을 발의하겠느냐"며 "방법론에 시각차가 있지만 상대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해달라"고 했다. 또 개정안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북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미협상에 물꼬를 트는 걸 여야 다 바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이런 입법조치가 필요하고 북도 남북합의를 지키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하는 의미"라고 재차 설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법안 의결 직후 "나의 자유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 신체, 주거 안전을 보호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통위 야당 간사 김석기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외통위 의원들은 이날 민주당의 단독 의결에 반발해 회의장을 떠난 직후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처리 규탄 및 국회 통과 철회 관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단독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즉각 중단·철회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청구를 포함한 가능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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