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현 검찰 개혁을 비판한 검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인 임은정 부장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판결을 제시하면서 자성을 요구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는 지난 2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란 제목으로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공수처 등 많은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싶다"고 밝혔다.
이환우 검사는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란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다음 날인 29일 자신의 SNS에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란 글과 함께 지난해 8월 '동료 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란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글과 해당 기사의 링크를 공유했다. 해당 기자는 글에서 "1년 전 내가 썼던 기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라며 이 검사를 지목했다.
추미애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같은 기사의 링크를 공유하면서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란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최재만 춘천지검 형사1부 검사는 이프로스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이환우 검사가 우려를 표한 것이 개혁과 무슨 관계인가"라며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감히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님께서는 이환우 검사가 커밍아웃을 해주니 좋다고 하셨는데, 저도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으므로 저 역시도 커밍아웃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검사는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제 저희 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수석 검사가 법무부 감찰관실로 파견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장관께서 엄중하게 지시하신 사안이 있으니 아마 그 때문이겠지요"라고 글을 썼다.
또 "도대체 규정을 아무리 읽어봐도 '합동 감찰'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며 "법무부 탈검찰화한다고 애쓴 게 몇 년째인데, 굳이 일선에서 고생하며 형사 사건 처리하는 검사를 법무부로 빼가면서까지 끙끙들 하시느니 의욕과 능력이 넘치시는 분이 많은 대검 감찰본부께 그냥 확 맡기시는 게 어떠신가 싶다"고 요구했다.
반대로 임 부장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남긴 '검사 애사(哀史) 2'란 제목의 글에서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며 "마땅히 있어야 할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데, 우리 잘못을 질타하는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나"라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속속 이뤄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검사 게시판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형이 확정됐다"며 "김경준씨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국민은 김경준이 아니라 우리 검찰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겠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수요일 김학의 전 차관이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런데 뇌물 상당 부분이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며 "우리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2차례에 걸쳐 수사하면 그 동영상을 보고도, 향응 접대의 숱한 정황을 보고도 우리 검찰이 못 본 체해 도과시킨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지난 월요일 김대현 전 부장이 불구속 구공판됐다"며 "김대현의 징계도 유족과 친구들의 항의로 마지못해 이뤄진 것이었고, 유족과 언론의 관심이 없었다면 우리 검찰은 결코 그를 형사 법정에 세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추천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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