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경찰이 독감 백신 접종 뒤 이틀 만에 숨진 인천 10대 고교생 A군이 '아질산염' 음독 정황을 발표하면서 모방 우려가 나온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관련 사망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청소년이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을 직접 구매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소량으로 치사량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6일 경찰 관계자는 "A군이 아질산염을 구매한 구체적 구매 장소나 시기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최근 구매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최근 청소년들에서도 아질산염 중독을 통해 사망한 사례가 있다는 연구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과수는 사망한 고교생 A군의 시신에서 치사량(성인 기준 4~6g)의 아질산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아질산염은 햄이나 소시지 등의 육가공품을 만들 때 고기의 선홍빛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지만, 과량을 섭취하게 되면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질산염 중독에 따른 증상으로는 두통, 현기증, 구토, 설사, 복통, 저혈압, 청색증, 경련, 혼수, 호흡마비 등이 있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올해 5월 대한법의학회지에 실린 '아질산염 중독으로 인한 사망'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시신 중 아질산염/질산염 중독이 사인이 된 사례는 14건으로 확인됐다. 이중 11건(78.6%)은 자살 또는 자살이 의심되는 예였다.
사망자를 연령별로 보면 10-30대 8명(57.1%), 40-60대 6명(42.9%)으로 젊은 층이 다소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중 청소년 사례는 1건이었다. 성비로 보면 남자 10명(71.4%), 여자 4명으로 남자의 비율이 높았다.
아질산염 중독으로 인한 사망: 14예 보고 논문. 자료/한국학술지인용색인
하홍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은 "수집된 증례는 연도별로 2013년에서 2017년까지는 매년 1건의 부검이 있었던 반면, 2018년에는 8건으로 최근 들어 아질산염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인천 고교생 사건 기사 댓글창과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 중심으로 "아질산염 모방 자살"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질산염은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유통을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청소년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충격",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유통될 수 있는지", "일반이들이 쉽게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듯 하다", "모방 자살 심각하게 우려된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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