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올해 국내에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큰 화제를 모은 것처럼 미국 증시에서도 공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친 기업은 물론 스팩(SPAC)과의 합병으로 우회상장한 기업들 중에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이 많아 주목받는 분위기다.
국내 투자자들로서는 미국의 공모주에 투자하기 어렴다는 현실적 한계와 스팩 투자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장벽이 있지만, 공모주와 스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간접 투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모주 탐난다면 ETF로 투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증시에서도 새롭게 상장한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의 주식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개별종목을 매수한다면 상장 직후에 매수해야 하는데 큰 변동성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있다.
최근 이중에서 주목받은 종목이 종목기호 SNOW를 쓰는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수많은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공모주는 주가가 고평가된다는 이유로 평소 공모주에 투자하지 않던 워렌 버핏이, 그것도 첨단기술 기업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유명해진 기업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기관들에게도 인기를 얻어 공모가도 예상보다 높은 120달러에 정해졌는데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가 넘는 253.93달러를 기록해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SNOW 외에도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한 스타급 기업들이 계속 나오면서 미국에서도 공모주에 관심이 뜨거운 분위기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이뤄지는 공모주를 직접 청약해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국 현지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IPO 관련 정보를 미리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인들로서는 현실성 떨어지는 높은 장벽이다.
따라서 미국 공모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IPO 종목들을 편입하는 ETF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IPO ETF로는 ‘르네상스(Renaissance) IPO ETF’가 있다. 종목기호도 ‘IPO’라서 기억하기 쉽다.
이 ETF는 현재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유명 공모주들을 편입하고 있다. 가장 큰 비중(9.98%)을 실은 종목은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환경이 조성되면서 크게 주목받은 줌(Zoom Video Communications)이며,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종목(7.97%)은 공유차량 서비스기업 우버(Uber Technologies)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국내 공모주 펀드와는 달리 공모청약 때부터 투자하는 게 아니라 상장 5일 후에나 매수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받는 새내기 종목을 초기에 매수하되 상장 직후의 주가 상승 현상(IPO pop)이 얼추 마무리된 후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새내기 종목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초기의 급등만 노리는 투자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종목이다.
이렇게 급등을 포기한 운용을 하는데도 ‘IPO’의 주가는 코로나 사태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3월16일 장중 20.31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계속 올라 13일 현재 57달러를 기록 중이다.
스팩 직투 가능하지만 종목 고르기 쉽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에게 미국 공모주 직접 투자의 길은 막혀있지만 스팩 투자라면 개별종목 투자도 가능하다.
스팩은 공모로 먼저 자금을 모은 후 마땅한 인수후보(비상장기업)을 찾으면 합병하는 특수목적회사로 오직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을 위해 존재한다. 정상적인 상장 절차인 IPO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올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IPO에 비해 절차가 간단한 장점이 부각돼 더 늘고 있다. 수소트럭으로 큰 화제를 모은 니콜라(NKLA), 온라인 카지노업체 드래프트킹스(DKNG) 등이 올해 스팩을 통해 상장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지난달에만 34개 스팩이 신규 상장했으며 이중 10개 스팩은 이미 합병할 기업을 발표했다. 미국 스팩 종목은 어떤 유형의 기업과 합병을 추진할 것인지를 미리 밝히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원하는 유형의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국내 스팩과 마찬가지로 약속한 기간 안에 합병에 실패할 경우 공모가와 소정의 이자가 보장되기 때문에 공모가 수준에서 매수한다면 그만큼 실패 위험도 줄어든다.
스팩은 합병 후보기업을 찾아 합병 절차를 밟기 전까지는 일반 주식종목으로 상장돼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합병 전 단계에서 쉽게 매수할 수 있다.
다만 인기가 높으면 주가도 오르는 법, 공모가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종목이 많지 않고 스팩과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주가가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이 모든 걸 감안하고 스팩 직접 투자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스팩 개별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합병할 후보기업과 합병비율이 적정한지도 판가름하기 어렵다. 또한 국내 증시에서는 HTS 종목창에 ‘스팩’을 입력하면 모든 스팩 종목이 검색되는데 미국 스팩은 그렇게 찾을 수도 없다. 개별 종목명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스팩도 바로 직접 종목을 골라 매수하기보다는 먼저 ETF로 경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내 스팩 투자 열기에 한 운용사가 지난달 스팩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했다.
종목기호 SPAK로 표시되는 ‘Defiance NextGen SPAC Derived ETF’는 지난 10월1일에 상장한 미국 증시 최초의 스팩 ETF다. 이 ETF는 판타지 스포츠 스타트기업인 드래프트킹스, 전문분야의 데이터베이스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래리베이트를 비롯해 36개 스팩 종목을 보유 중이다. 이중 많은 수가 상장 후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에 SPAK의 주가도 합병 상장 이후 25달러 위에서 거래 중이다. 스팩의 공모가는 10달러다.
스팩 ETF는 산업·소비재 IPO ETF는 IT·헬스케어 비중 커
UBS Group에 따르면 인기 있는 IPO 기업은 기관투자자라도 2~4% 수준의 주식만 배정받을 수 있지만 스팩을 활용하면 10~20% 비중까지 투자가 가능해 사모펀드와 흡사한 장점을 얻을 수도 있다.
DB금융투자는 스팩 ETF의 3대 투자 섹터가 산업재, 경기소비재, 금융인 것과 달리 IPO ETF는 IT, 헬스케어, 경기소비재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의 IPO ETF가 상장 후 일정기간 내 편입한 다음 2~4년 뒤에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데 비해 스팩 ETF는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면서 월, 분기 단위로 검토를 하며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IPO 시장의 열기가 유지되고 그 영향으로 스팩을 찾는 기업들도 늘어난다면 이와 같은 주가 강세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상장 초기여서 아직 ETF의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개별종목에 대한 분석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라면 ETF 운용사의 종목선별 능력을 믿고 투자하면서 IPO 종목과 스팩 투자를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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