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 회동' 피의자 지명에 법사위 '아수라장'…이완규는 '사퇴' 거부
거듭된 사퇴 요구에…이완규 "한덕수 결정 존중"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국힘 '반발'
2025-04-09 17:42:51 2025-04-09 17:48:27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했다. 이 처장은 자진사퇴 요구에 "한덕수 권한대행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이효진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습니다. 새로 지명된 2명의 신임 재판관 중 한 명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 방문한 이완규 법제처장입니다. 이 처장은 내란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여야는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 정당성과 재판관 후보자의 적절성을 두고 설전을 벌였는데요.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이 처장은 사퇴 요구에 거부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야 '파상공세'에도…이완규, 사퇴 '선 긋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었습니다.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 처장도 이날 법사위 회의에 출석했습니다.
 
이 처장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자진사퇴를 요구받았는데요. 그는 "권한대행께서 결정한 것을 존중할 따름"이라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6년간 헌법재판관을 해서 이 나라 헌재를 망치지 말고 결단해주길 바란다"며 재차 요구하자, 이 처장은 "의원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잘 참고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이에 박 의원은 "참고하는 것은 사퇴"라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앞서 한 대행은 지난 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 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헌법재판관 지명은 대통령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한 대행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처장이 윤석열씨 최측근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내란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 헌법 수호기관의 재판관으로 임명돼선 안 된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처장은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진행된 '안가 회동'에 참석한 4인방 중 한 명입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처장을 내란 방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날 법사위에 함께 출석한 오동윤 고위공직자수사처 처장은 "(이 처장) 고발 진정 사건이 제기돼 수사 대상인 사항임을 알려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리는 헌법재판관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헌법재판관 지명' 봉쇄 법안법사위 통과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3명 외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대통령은 국회와 대법원이 선출·지명한 재판관을 7일 이내에 임명해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임명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임기 만료나 정년으로 물러나는 재판관은 후임자 임명까지 직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한 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미뤘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민주당은 줄곧 마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으나, 한 대행은 헌재의 윤씨 탄핵 선고 이후인 지난 8일에야 마 재판관을 임명했습니다. 마 재판관은 국회 선출 104일 만에 이날 헌재로 처음 출근했습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다면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무효로 돌아갑니다. 후임자 임명 때까지 재판관 임기를 연장한 법안 부칙에 소급 조항을 신설함에 따라 오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은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직무를 계속해야 합니다.
 
다만 한 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 처장과 함 판사를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구성원 9인 체제 구성이 입법 목적이라면 당연히 대통령 권한대행도 임명할 수 있다"면서 "(이 법안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간주함으로써 사실상 임명권자의 임명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없는데 상식적으로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며 "현상을 유지하라고 준 권한대행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 대행을 향해 "틀림없이 윤석열과 내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법안과 관련해서는 "혹시나 못된 짓을 할 수도 있으니 이것을 확실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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