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경구제와 주사제의 단점을 보완해 개발된 마이크로니들은 약물이 주입된 초미세바늘이 피부를 통과하면 유효성분이 체내에 전달되는 약물 전달 시스템입니다. 마이크로니들은 의약품, 의료기기, 코스메틱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마이크로니들 개발 전문기업 라파스의 창업주 정도현 대표이사와 신년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로니들 응용 분야의 확장성과 의약품, 의료기기와 접목한 신사업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라파스를 대표하는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원천기술은 현재 노화 미용패치와 국부적 피부질환치료용 유사 의약품, 의료기기 분야에 진출해 상업화 성과를 거뒀습니다. 라파스는 앞으로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원천기술을 발전시켜 메디컬 패치 개발 확장과 최종적으로는 백신 패치 시장으로 진입하는 기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죠.
정 대표는 "용해성 마이크로구조체는 한마디로 고통 없이 피부 장벽을 통과해 몸속에 유효성분이나 약물 등을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으로 패치 형태의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유효성분을 체내에 흡수시켜 최대의 전달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마이크로니들이 머리카락 3분의 1 굵기의 미세한 돌기가 바늘처럼 피부각질층을 뚫고 표피 안쪽까지 들어가 피부 속 효소성분과 만나 융해되면서 피부 깊은 곳까지 유효성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이 앞으로 차세대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서 의료 형평성을 향상시키는 신기술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찍이 예상했는데요. 용해성 마이크로구조체 기술은 원래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에서 개발한 기술로 2009년 라파스가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가 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그는 "누구나 통증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생명공학과 나노테크놀로지에서 마이크로구조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궁극적으로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접목된 대량생산 기술이 완성됐다"며 "4년이 넘는 오랜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라파스의 '라파'는 히브리어로 '회복'을 뜻하고 여기에 치유 약물을 전달하는 통로(path)를 합쳐 약물전달시스템(DDS) 개발사에 걸맞는 '치유의 길'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으로 사명을 지었다"고 부연했습니다.
기존에 패치 개발 업체들이 바늘 모양의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 약물을 주입해 응고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라파스는 패치 위에 약물 성분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그 위에 또 다른 패치를 덮고 약물 성분을 늘어뜨려 바늘 형상을 만들어 떼어내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뒀는데요. 이 과정에서 위 아래의 두 패치의 약물 성분이 늘어나면서 끝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응고되고 동시에 두 개의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죠. 특히 라파스가 보유한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제조 기술인 'DEN'은 5분 이내의 제조 시간으로 하루에 5만개 이상의 패치를 대량 생산하고, 정량의 약물을 바늘마다 균일한 성분으로 함유할 수 있습니다. 바늘 속 약물의 정량적 일관성을 입증한 라파스는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약품 공장의 실사를 통과한 업체로 등록됐고, 라파스의 DEN 제조 기술은 2033년까지 특허로 보호돼 있습니다.
'붙이는 위고비' DW-1022 개발로 퀸덤점프 노려
지난해 여드름 패치를 일반의약품으로 FDA에 등록한 라파스는 올해는 '붙이는 위고비'로 알려진 DW-1022 개발로 퀸덤점프를 노리고 있습니다. 대원제약과 공동개발 중인 DW-1022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원료의약품(API)을 주입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임상 1상이 종료됐는데요. DW-1022가 임상 1상에서 생체이용률을 입증한 것으로 인정받으면 올해 곧바로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것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DW-1022가 최종 임상에 성공해 상용화가 된다면 GLP-1 성분 계열의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정 대표는 "현재 DW-1022 임상 1상 최종결과보고서(CSR) 수령을 기다리고 있고, 라파스의 또 다른 주요 파이프라인인 알레르기 비염 패치제는 현재 임상 1상이 막바지에 다다랐고, 후속적으로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이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이 뷰티산업뿐만 아니라 의약품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는 기술로 주사제를 대체하기 위해 마이크로니들 외에도 먹는 약, 코점막 스프레이, 파스형 패치 등 다양한 제형이 시중에 있지만 마이크로니들의 경쟁력은 이들을 압도한다"고 확신했는데요. 끝으로 정 대표는 "올해는 패치형 비만치료제 등의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마이크로니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신규 유통채널 발굴을 통해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루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라파스 본사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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