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치 원로들은 "윤 대통령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대구·경북(TK)을 비롯해 보수 진영마저 희망을 버린 상황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전쟁과 같은 현 시국을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사과에서 더 나아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잘못 빌어야" 한 목소리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전 기자회견처럼) 지금까지 한 일에 대해서 잘났다고 얘기하고 성과 위주로 얘기하면 국민들이 전부 비웃을 것"이라며 "국정 수행 지지도가 20% 아래로 떨어진 것이면 사실 잘한 것이 한 가지도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부연했습니다.
문 전 의장은 "지금은 정치가 실종된 것을 넘어 붕괴됐다"며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는데요. 그는 "윤 대통령은 사실상 혼자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진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이 되는 날부터 모든 책임을 남한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무조건적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은 문 전 의장에 그치지 않았는데요.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한다"며 "사과가 없다면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정치 상황도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현재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김건희 여사 문제와 민생인데,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희석시키거나 숨기려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꼬집었는데요.
정대철 헌정회장 역시 "사과가 필요하다"면서 "지난 총선 패배까지 포함해 나부터 바뀌어서 개혁하고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책임제 하에서는 대통령이 궁극적인 책임을 다 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책임 있는 자세로 상생·협치·통합의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보수도 희망 버려…변명하면 안돼"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과를 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사과의 진정성을 뒷받침할 만한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지만, 가능성을 높게 점친 이도 많지 않았습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솔직히 말해서 보수 진영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많이 버린 상황"이라며 "대국민 사과도 필요하지만 굉장히 리스키(위험)한 일이다. 잘못하면 오히려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사과를 할 때는 진솔하게, 해명이 변명처럼 들리면 안 된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강조하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사과 이상의 발표인데,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정국에 변화를 줄 만한 대책이 없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는 "사과도 쉽지 않다"며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나 되니 사과를 해도 그냥 넘어가지 다른 사람이면 '너 그만두라'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선의 답안은 개헌…김건희 특검 수용해야"
전반적으로 윤 대통령의 담화에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개헌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이 나온다면 그나마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정치 원로들은 내다봤는데요. 정국 혼란을 야기한 근본 문제인 김건희 여사 이슈에서도 특별검사 임명을 포함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전쟁 상태처럼 보이는 정치를 뒤집어 엎기 위해서는 연합정치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개헌으로 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개헌을 하고 성과를 낸다면 국민들이 변했다고 바라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문희상 전 의장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개헌"이라며 "국회가 알아서 개헌을 하라는 한 마디로도 충분하다. 스스로 결단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문 전 의장은 "국민을 우습게 알면 절대 안 된다"며 "민주화 과정에서도 결국 맨 마지막에는 국민이 주인이 돼 고쳤다"면서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탄핵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문 전 의장은 국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특검하겠다고 하면 특검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고, 정 회장은 "국민들이 자꾸 싫다고 하면 좀 뒤에다 놔야 한다. 국민들 눈에 좀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김진양·차철우·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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