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세계적 개발 열기가 뜨거운 백신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가 아닌 안전성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시급한 백신 필요성에 일반 백신 기간 개발 대비 대폭 단축된 개발 과정을 통한 선점 다툼이 치열한 만큼, 매 단계 철저한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8일 온라인으로 개최 중인 '글로벌 바이오콘퍼런스(GBC) 2020' 백신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는 교수는 전 세계 백신 개발 현황 및 전망과 그 과제 등을 언급했다.
김우주 교수는 국립보건원 호흡기 바이러스 연구소장 역임을 비롯해 인플루엔자 국가 자문위원회위원으로 활동 중인 전문가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정부를 돕기 위한 신속 대응팀장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 국내 감염증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김우주 교수는 수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WHO가 지난 3일 기준 발표한 전 세계 개발 중인 백신 후보군의 수는 총 176개다. 이 가운데 8개 품목이 임상 3상 단계로 최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국내 품목의 경우 1상을 진행중으로 2위 그룹에 분류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일반적으로 10~15년,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기존 백신들과 달리 10~15개월 개발 완료를 목표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개발 가시권인 품목이 상당수 존재하지만 철저한 안전성 검증은 필수로 꼽힌다. 철저한 검증없이 공급되는 백신으로 생긴 항체가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돕는 현상(ADE)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백신 개발은 장애물 경주와도 같아 중간에 한번 삐끗하면 탈락한다"라며 "임상 과정을 통해 백신의 실제적 효과와 부작용, 안전성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중에 공개해야 백신에 대한 신뢰도와 접종률이 상승한다"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만, 서구권 국가를 중심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도 검증 미흡으로 거부감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투명하고 철저한 안전성 검증이 선결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에 앞서 발표에 나선 제롬 킴 국제백신협회 사무총장 역시 "임상 단계를 동시 진행하면서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지만 결국, 적정한 결과변수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현재 백신 관련 데이터들은 안전성에 대한 추적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임상 참여자들에 대한 최소 2, 3년 정도의 안전성 추적이 중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근 해외 다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백신 개발 개입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가 3상 자료없이 백신을 세계 최초로 허가하거나,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FDA에 허가 압력을 넣고 있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백신 개발에 정치가 개입되면 안된다"라며 "과학의 영역인 만큼 냉정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백신 개발은 교향악단과 같다"라며 "학자들이 비롯해 민간기업(제약사) 식약처 등의 정부기관 등이 원활한 파트너십이 어우려져야 원하는 효과적인 백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8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백신 포럼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홈페이지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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