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HMM(011200)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에 배기가스 세정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설치를 끝냈다.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으로도 전환이 가능해 설령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고 해도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1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방문해 취재한 '에이치엠엠 상트페테르부르크(HMM St Perersburg)'호에는 황산화물(SOx) 저감장치인 스크러버가 설치돼 있었다.
스크러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SOx 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설치된 설비다. 올해부터 'IMO 2020' 규제가 시행돼 선사들은 황함량이 낮은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에 설치된 하이브리드 스크러버. 사진/뉴스토마토
HMM은 지난 2018년 국내 조선사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각 5척, 7척을 발주하고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기로 했다. 2만4000TEU급은 지난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돼 현재까지 9척이 운항되고 있다. 아직 건조 중인 초대형선들도 모두 스크러버가 설치돼 9월 중에 인도될 예정이다.
HMM이 환경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를 선택한 것은 기존 연료인 고유황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황유는 저유황유보다 연료가격이 저렴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선박 운영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데, 고유황유를 그대로 사용하면 그만큼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HMM이 발주한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에는 국내 조선기자재업체인 파나시아의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가 달렸다.
스크러버는 개방형, 폐쇄형, 하이브리드형 3종류로 나뉘는데, 개방형은 바닷물로 배기가스를 세척한 후 세정수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방식이고 폐쇄형은 세척한 세정수를 선내에 따로 저장했다가 버리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상황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 기능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이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는 하이브리드 스크러버가 설치된 만큼 상황별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에 설치된 스크러버. 사진/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선미에는 높이 20m, 직경 6.45m에 달하는 메인엔진용 스크러버 하나와 발전기 및 보일러와 연결된 두대 등 총 3대의 스크러버가 장착됐다.
이재곤 삼성중공업 운반선 PM(프로젝트 매니저) 파트장은 "스크러버는 총 3대가 설치돼 메인엔진, 발전기, 보일러와 연결됐다"며 "해수를 이용해 배기가스를 세적하는 기능은 모두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는 파나시아의 스크러버뿐만 아니라 국내산 기자재가 많이 설치돼 있다"며 "향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정상적으로 인도되고 수익을 내면 국내 기자재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HMM은 보유한 컨테이너선 70척 중 50여척에 스크러버 설치를 마쳤다. 이는 컨테이너선대의 70%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에 인도 예정인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에도 스크러버가 달리면 설치율은 80%로 상승한다. 선내 공간이 작아 스크러버를 설치할 수 없거나, 용선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박들은 스크러버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HMM 관계자는 "소형 피더컨테이너선과 조만간 용선기간이 끝나는 선박을 제외하고 스크러버를 설치 중"이라며 "내년이면 사실상 스크러버를 설치할 수 있는 모든 컨테이너선에 스크러버가 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돼도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초대형선 12척은 LNG연료탱커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LNG연료추진선으로도 전환할 수 있어 향후 해양 환경규제가 강화돼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여 IMO의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기준 대비 50% 이상 개선했다.
HMM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스크러버를 설치해 황산화물 배출규제를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HMM은 스크러버 설치로 저유황유 가격 상승과 수급 우려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선박을 운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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