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규모 수해까지 겹치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6일 1000만달러(118억8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결정한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 해소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정무국 회의를 주재하고 '탈북민 재입북'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우려로 완전봉쇄중인 개성특별시에 식량과 생활보장금 특별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봉쇄조치가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생필품과 방역물품 총 30여종, 55만여점이 개성에 긴급수송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계기로 신설된 중앙위 정무국 회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과시하면서, 코로나19 확산과 수해 피해로 동요하는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현재 북한은 연일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요 강과 저수지에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특히 평양을 관통하는 대동강과 최대 곡창 지대인 황해도를 지나는 예성강 주변이 범람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에 코로나19 사태, 수해까지 겹치면서 올해 말 북한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오전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개최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10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결정했다. 올해 초부터 추진했지만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한 대남공세에 남북관계가 급경색되면서 보류된 사업이다.
통일부는 "그동안 WFP가 지속적으로 요청을 해온 바 있고 이번 사업이 북한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계층인 영유아와 여성의 인도적 상황 개선에 기여한다는 판단 아래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도적 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이행하고, 필요한 지원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 지원은 WFP가 북한 내 7세 미만 영유아와 여성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북한과 합의해 추진하는 사업에 정부가 일정 부분 공여하는 형태다. 북한 9개도 60개군 내 보육원·유치원 등의 영유아와 임산·수유부를 대상으로 영양강화식품 약 9000톤을 지원하는 '영양지원 사업'과 취로사업에 참가한 북한 주민 2만6500명에게 옥수수·콩·식용유 3600톤을 제공하는 '식량자원 사업' 등이다.
지원금은 다음 주 쯤 WFP에 송금될 예정이며, WFP의 자체 조달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물품지원은 연말쯤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원 물품을 북한 당국이 전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평양에 WFP 상주 사무소가 있고, 물자가 북한 항구에 도착할 때부터 주민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물자 추적시스템을 가동한다"면서 "기본적으로 분기에 한 번씩 정부에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WFP 서울사무소와 수시로 협의한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통일부는 남북 민간단체의 1억5000만 원 규모의 북한 술 35종과 남한 설탕 167톤 '물물교환' 승인을 긍정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될 경우 이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첫 남북교역이 된다.
이와 관련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교추협 회의에서 "인도적 사안을 정치·군사적으로 연계하는 단기적이고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인도적 협력은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이행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인도적 분야와 작은 교역에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시작하고, 점차 남북 간 약속과 합의에 전면적 이행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TV가 5일 북한 강원도 지역에서 폭우로 침수된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은 아나운서가 3일 밤부터 6일까지 집중호우가 지속될 것이라고 알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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