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박지원·이인영에 "남북관계 움직여라"
청와대, '박지원 문건' 주장 일축 "이명박·박근혜 정권 가만히 있었겠나"
2020-07-29 17:04:26 2020-07-29 17:04:2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막혀 있고 멈춰 있는 남북관계를 움직여나갈 소명이 두 분에게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박 원장과 이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자리에서 박 원장과 이 장관에게 이같이 당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박 원장을 "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며 가장 오랜 경험과 풍부한 경륜을 갖춘 분"으로, 이 장관은 "추진력이 대단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두 분은 역사적 소명을 잘 감당해낼 것"이라면서 "남북관계는 어느 한 부처만 잘해서 풀 수 없다.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이 '원 팀'으로 지혜를 모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지원 국정원장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과거 국정원의 흑역사를 청산하는 개혁으로 보답하겠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 흑역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인영 장관도 "한반도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 평화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한걸음씩 전진해 대통령 재임 중 평화의 숨결만큼은 반드시 실감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는 박 원장의 딸과 손자, 이 장관의 배우자 등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장관 배우자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데이지와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전달했다. 데이지는 '평화와 희망', 은방울꽃은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박 원장의 손자에게도 무릎을 굽혀 꽃다발을 전달했다. 꽃다발은 국민에 대한 헌신을 통해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라는 의미에서 '헌신과 성실'의 의미를 지닌 헬리오트로프와 '신뢰'를 의미하는 송악과 아게라덤으로 구성됐다.
 
한편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박지원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대북 송금 관련 이면 합의서' 의혹과 관련해 "그 문서가 실제 존재하는 진짜 문서인지 청와대, 국정원, 통일부 등 관련 부처를 모두 확인했지만 정부 내 존재하지 않는 문서"라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있었다면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가만히 있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박 원장이 북한에 3년간 총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4·8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를 이면 합의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하면서 진상규명 및 국정원장 임명 유보를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의 문건이 '남북'으로 시작하면서도 북측 표현인 '딸라' 등을 혼용해 조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경찰청장 임명장 수여식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창룡 경찰청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문 대통령,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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