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선박엔진에 들어가는 강소업체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사의 피스톤 기술자료를 타업체로 넘기는 등 ‘생산 이원화’에 따른 단가 인하 압박 후 거래를 중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 내용은 A사와 B사의 작성 자료에서 발견된 동일한 오기, A사에 작업표준서를 요구하면서 양산 승인 취소를 언급한 전자우편.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해당 건에 대해 법인과 임직원을 검찰 고발(검찰총장 고발요청)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횡포를 부린 하도급 업체는 지난해 일본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선정 기업으로 피스톤 제작 기술력을 인정받는 A사(1975년 설립된 엔진부품 전문기업)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20여 년간 핵심부품 국산화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국내 유일 피스톤 공급업체인 A사의 기술자료를 제3업체인 B사에 넘겨다.
현대중공업은 B사에 제공한 자료가 자신이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하는 등 단순 양식의 참조 자료라고 주장했으나 거짓이었다. 넘긴 자료에는 공정순서, 품질 관리를 위한 공정관리 방안 등 A사의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A사에 빈 양식을 보내면서 자료 작성을 요청한 반면, B사에는 A사가 관련 내용을 모두 기입한 기술자료를 보낸 것. 특히 B사의 작성 자료에는 A사가 작성한 것과 동일한 오기가 동일한 위치에서 발견됐다.
현대중공업이 이원화를 진행한 기간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5월 기간 동안이었다. A사는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강요에 못 이겨 작업도, 작업방법 등이 기재된 작업표준서와 지그(Jig) 개선자료를 건넸다.
뿐만 아니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인력, 장비, 재료·부품, 공정 등 4M 관련보고서, 검사성적서, 관리계획서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일종의 계약서)은 교부하지 않았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A사에게 포괄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이를 제공하지 않을 시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향후 발주물량을 통제할 것이라는 등 A사가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강압적으로 기술자료 취득 후 자사 비용절감을 위해 기술자료를 타업체에 제공하는 등 피스톤 생산을 이원화했다”며 “단가 인하 후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과징금 기준금액이 상향된 신 과징금 고시(제2018-18호)에 근거해 제재 받은 첫 번째 사례다. 현행 법 위반 금액 산정이 곤란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서는 6억원~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옛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 조선관련 사업부문만 분할해 신 현대중공업을 신설한 바 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