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하면서 여당 내 대권구도도 '이낙연 대 이재명' 양강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사법적 족쇄를 풀면서 대권 행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만남을 자제해왔던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계 인사, 정치권 친문(친문재인) 세력과의 스킨십을 적극 넓히는 등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대선구도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구도로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당분간 도정에 매진하며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기본소득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도입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의 이 지사 측근 의원은 "이전까지 (이 지사의) 상황이 좀 그랬는데 대법원 판결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경기도정에 집중해야 된다. 도정에 좀 더 가속도를 붙여서 도정 성과를 빠르게 내는 게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부상으로 여당의 대권구도가 급격히 요동칠 전망이다. 이 지사가 건재를 과시하면서 향후 여권 대권 레이스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이 의원을 바짝 추격했다. 지난 8일 나온 '쿠키뉴스' 의뢰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 지사가 2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 의원(28.8%)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의 지사직 유지는 민주당의 당대표를 선출하는 8월말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당권도전에 나선 가운데 이 지사 지지층이 전략적으로 김 전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이날 이 지사에게 "함께 하자"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당에서 이 지사와 이 의원의 정책과 관련한 선명성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의원은 친문과 호남의 지지는 받지만 사실 중도 지점에 있다. 이 지사와는 정책적으로 정반대로 대립각을 이룬다"며 "향후 대선이 양강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전초전 성격으로 8월 전당대회가 치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낙마한 상황에서 이 지사의 지사직 상실을 우려했던 민주당으로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또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 이어 경기지사까지 빈자리가 되는 초유의 상황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논평을 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 지사가) 겸허한 자세로 오직 도정에만 매진하는 것만이 도민과 국민께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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