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물고문 현장'에서 "공포감 온다"(종합)
6·10 민주영령 위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
2020-06-10 17:34:03 2020-06-10 17:34:0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고 박종철 열사가 33년 전 물고문을 받고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오는 것"이라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후 당시 고문 현장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조사실 내 물고문 욕조를 짚으며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죽음 같은 고통과 치욕적인 고문을 견뎌낸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며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을 이겨낸 국민들과 민주 인사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으로 쟁취한 '제도적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성숙했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의 삶에 스며드는 '실질적 민주주의' 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며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 등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정부가 6·10 기념식에서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분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4·19혁명 6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인 올해 포상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대상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남북관계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의지에 흔들림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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