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박종철 고문 현장서 “처음부터 공포감 온다”
민갑룡, 현직 경찰청장 첫 참석 "모든 경찰 반성"
2020-06-10 16:22:53 2020-06-10 16:22:5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고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받고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찾아 헌화하고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뒤 대공분실 509호를 찾았다. 이 자리에는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씨, 민갑룡 경찰청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동행했다.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에 따르면 대공분실은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곳으로, 1976년 5층으로 지어진 후 1983년도 전두환 정권 때 7층으로 증축됐다.
 
유 소장은 "어떻게 하면 여기에 끌려온 사람들, 연행되어 온 사람들이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방향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면서 "연행돼 오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모든 문은 5층 조사실 안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게 철문으로 돼 있어 마찰음과 그 굉음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으면 아주 공포스럽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조사실을 둘러보고 물고문 욕조를 짚으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오는 것이다.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동행한 지선 스님은 당시 대공분실에서 당한 폭행 경험 등을 설명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정숙 여사는 한숨을 쉬며 눈시울도 붉혔다.
 
문 대통령은 지선 스님에게 "경찰에서 이곳을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내놓은 것도 큰 용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갑룡 청장에게도 "이 장소를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주고, 또 어제는 공개적으로 사과 말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이곳을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하는 곳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민 청장은 현직 경찰청장으로 최초로 이날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경찰 의장대도 기념식 전체 의전을 수행했다. 이는 과거 경찰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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