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재용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쯤 출석해 영상녹화실에서 조사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합병 전 제일모직 최대주주면서도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던 이 부회장에게는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의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유리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0.35의 합병비율로 합병됐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 덕분에 합병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수 있었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 체결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아 삼성바이오를 고평가했고,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부풀려졌다. 반대로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저평가됐다.
합병 작업이 완료 후 삼성물산 회계에 삼성바이오 가치를 반영하면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부채로 자본잠식에 처하게 될 상황이 됐고, 이에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인위적으로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부풀렸다.
검찰은 이달 들어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정몽진 KCC 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를 연이어 조사하는 등 이번 수사에 속도를 냈다. 삼성바이오의 상장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부회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등 단체는 지난 15일 그동안 제기된 이재용 부회장의 6대 혐의를 담은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의 핵심 과정이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과 필연적으로 연결된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분식회계는 이 부회장의 사적 이해관계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으므로 삼성그룹 총수로서 그룹 전체에 경영권을 행사해 온 이 부회장의 지시 하에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며 "즉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 이사들의 재무제표 허위 작성 등을 공모해 회계사기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견서에는 △제일모직 가치 상승을 위한 2015년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비정상적 급등 △2012년~2014년 바이오젠과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계약 공시 누락을 위한 조직적 방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한 삼성물산 경영진의 비정상적 경영 행태 △2015년 삼성물산 부당 합병비율의 적정성 정당화 보고서 작성과 승인 △삼정·안진회계법인의 부당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의 국민연금 전달 △삼성물산 합병 불공정성 수습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자본잠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회계기준 변경 등 의혹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것은 3년 만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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