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규모 저신용 회사채·CP 매입 기구 설립…채권 시장 안정 도모

김용범 차관 "필요시 20조원까지 확대"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우량등급 채권은 물론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한다.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간의 역할 분담에 따른 유동성 공급으로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20일 정부는 우량등급 채권은 물론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일시적인 신용도 하락으로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권 매입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용범 차관은 "4월 중순 들어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며 우량채 위주로 발행금액이 증가하는 등 회사채 시장 여건이 일부 개선됐다"면서도 "A등급 이하 비우량채 시장은 여전히 부진하고 단기물 선호 경향, 높은 스프레드 수준 등 자금시장의 신용경계감 잔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SPV를 설립하고, 신용등급이 회사채는 AA~BB 등급, CP와 단기사채는 A1~A3 등급까지 매입한다. 우량 채권이나 A등급을 주로 매입하되, BBB등급 이하 채권도 매입한다는 것이다. 단 BB등급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경우로만 한정한다. 만기는 3년 이내로 제한했다. 

 

2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대상에서 제외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기업 지원이라는 목적을 고려한 조치다. 

 

동일기업이나 기업군의 매입한도는 SPV 전체 지원액의 2~3% 이내로 정했다. 특정기업 지원이 아닌 금융시장 안정화라는 설립 목적을 고려해 개별기업에 대한 매입 한도 제한 부과한 것이다. 

 

SPV 재원은 △산은 출자 1조원(10%) △산은 후순위 대출 1조원(10%) △한은 선순위 대출 8조원(80%)을 통해 10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산은 출자 1조원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5000억원과 내년도 예산에 5000억원을 반영해 마련한다. 산은은 산금채 발행 등을 통해 조성된 재원으로 1조원의 SPV 후순위 대출자금 마련한다. 

 

정부는 발행기업들이 시장 조달노력을 우선 기울이도록 SPV 매입금리는 시장금리에 일부 가산 수수료를 추가한 형태로 운용할 계획이다. 

 

김용범 차관은 "SPV는 금융시장 안정시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6개월간 운영 후 시장 안정여부를 재판단해 필요시 20조원까지 확대하는 등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국회일정이나 출범 소요기간 등을 고려해 사전 채권매입 등으로 정책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백주아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