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유동성 '비상', 개인으로 전이되나
3·4월 46.6조 늘어 작년 6배…전문가들 "신용위험 확대" 우려
2020-05-12 17:18:35 2020-05-12 17:18:35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3월이후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다. 2개월간 기업대출이 50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6배나 폭증한 수치다. 회사채 등을 통해 직접 조달에 집중했던 대기업들도 은행 대출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의 은행 기업대출 시계열을 보면 올 3~4월 기업대출 증가액은 46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3~477000억원 증가에 6배에 달한다. 또 작년 한해 기업대출 전체규모인 427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기도 하다.
 
코로나19 여파는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할 것 없이 은행 문을 연신 두드려 기업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대기업의 경우 2개월간 219000억원의 대출을 늘렸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6월이후 최대치다. 대기업의 작년 한해 은행대출은 -24000억원이었다.
 
중소기업은 같은기간 246000억원 증가했다. 1년전 85000억원보다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조달이 거의 불가능해 금융권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미 기업들의 심리는 역대최악으로 치달았다. 한국은행의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달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내린 51이었다. 이는 금융위기 시절이었던 200812(51)과 같은데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다. 4월 조사에는 전국 3180개 법인기업체가 응했다. BSI 기준치 100을 넘으면 업황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낸 업체가 부정적인 업체보다 많다는 뜻인데 51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또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소·중견기업 중 각각 65.8%63.6%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실적 악화, 영업이익률 악화, ·부자재 부족 관련 애로를 호소했으며 부정적 영향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려가 되는 부분은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된 개인사업자의 대출 증가세가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3~4월 개인사업자의 은행 대출은 146000억원 늘었는데 이 또한 역대 최대다. 이들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주로 포함돼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해 대출을 급격히 늘렸을 가능성이 높다. 또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 1차 긴급대출이 종료되고 2차 대출 시작 전까지 20일 넘는 공백이 생기는데 이때 소득절벽에 맞닥뜨릴 경우 2금융을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이미 1금융권에서 자금을 얻기 어려운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라며 "경기 상황 악화와 함께 상환능력도 떨어져서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어 대출 규모 뿐 아니라 위험도가 커져서 전반적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백주아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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