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이 부회장,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하라"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 의미 있지만 '알맹이'는 없다고 판단
2020-05-08 09:18:29 2020-05-08 09:18:2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준법의무 위반 방지를 위한 자세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권고 57일만에 나온 개선방안 치고는 사실상 '알맹이가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7일 위원 전원이 참석해 정기회의를 열고 "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 부회장의 답변 발표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준법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에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자세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관계사에게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준법감사위가 지적한 사안은 △준법의무 위반 발생을 차단할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수립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방안 마련 등 3가지다.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은 편법적 경영승계와 국정농단 뇌물사건에 대한 본인의 사과 이외에 △자녀들에 대한 경영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원칙 포기 △준법문화 확립 등이다. 
 
그러나 이날 이 부회장이 밝힌 각오는 말 그대로 선언적이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발표문만 낭독한 뒤 기자들의 추가 질의를 받거나 개선방안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국정농단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이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준법감시위의 이번 요청은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으로서는 답변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재판을 차치하더라도 삼성그룹에 대한 국민 시각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권고 이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 측의 구체적 개선방안을 받아 검토한 뒤 추가 권고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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