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경제가 장기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상장사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전체 종목 보고서 중 80% 이상이 목표가를 낮춘 보고서다. 주가 하락장이나 기업실적 악화에도 웬만해선 목표주가를 낮추지 않는 기존 관행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명확해지면서 그만큼 보수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최고 저점을 찍은 지난달 19일부터 현재까지 증권사들이 내놓은 275개 종목 보고서 가운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종목은 17개에 불과하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종목은 239개에 달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같은 기간 코스피는 1400선 저점 대비 약 32%를, 코스닥은 51% 급반등했지만 증권사들은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2월14일부터 3월19일 약 한달간 코스피가 폭락할 때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상장사는 80개에 달했지만, 이후엔 17개로 대폭 줄었다.
상장사 목표주가 조정은 기업의 실적이 갈랐다. 목표가가 오른 대부분 종목은 코로나19 수혜를 입고 실적 전망이 맑은 제약·바이오·의료, 택배, 5G장비 관련 기업이다. 이중 목표가가 20% 이상 오른 상장사는
씨젠(096530)(35.18%)과
SK케미칼(285130)(24.29%) 2곳 뿐이다.
종목 보고서 특성상 장밋빛 일색이었던 기존 관행과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전역으로 번지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되는 데다 국제 유가까지 급락해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증권사들은 증시가 하락장을 지속하거나 기업실적 전망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가 상향' 등의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해 눈총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발로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도 증권사들은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대거 상향 조정한 바 있다.
2018년 10월엔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따라 22개월만에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됐지만, 증권사들은 증시 회복이 임박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코스피는 해를 넘겨서야 2000선을 겨우 회복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보고서 특성상 투자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다소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는 경향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엔 종목 보고서 발간 총량도 줄고 있고, 투자 전망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