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업계 예측이 빗나갔다. 건설업계는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삼성그룹의 임원 인사를 통해 임기를 1년 남기고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의 ‘60세 퇴임룰’ 때문이었다. 무조건 적용은 아니지만 만 60세를 넘기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끔 하는 삼성의 인사 원칙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이미 만 60세였다. 예상과 달리 이 대표는 올해도 삼성물산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가 자리를 지킨 배경에는 양호한 수주 실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조7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연초 제시한 수주 목표치 11조7000억원의 91%다. 목표를 달성한 건 아니지만 업계가 불황 속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수주는 두드러졌지만 경영 실적은 아쉬웠다.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액은 11조6520억원으로 전년 12조1190억원에서 약 3.9%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하락폭은 더 컸다. 2018년 7730억원에서 지난해 5400억원으로 30%가 급감했다.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털어내려는 듯 이 대표는 새해 초부터 수주낭보를 울렸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푸자이라 F3 복합발전 프로젝트를 일본 디벨로퍼 회사와 함께 수주했다. 삼성물산의 수주 금액은 약 1조1500억원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도 수주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신반포15차와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사업 입찰에 뛰어든 것이다.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경쟁에서 자취를 감춘 이후 아파트 사업을 접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강남권 주요 사업장 두 곳에서 입찰 보증금을 완납하며 수주 경쟁 의지를 굳혔다.
삼성물산이 정비사업에 복귀한 건 실적 개선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 수주잔고는 지난해말 기준 26조545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31조가 넘었지만 그 규모는 꾸준히 작아지고 있다.
주택사업을 포함하는 빌딩사업부문의 수주곳간도 감소세다. 수익성 좋은 주택사업이 줄어들면 영업이익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영업이익률은 4.6%로 다른 대형 건설사와 비교하면 이미 낮은 편이다. 이 대표가 올해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할 경우 주택 매출이 늘어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물산
서울시 강동구 소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 사진/삼성물산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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