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1년 대한민국 이동통신은 5세대(5G) 통신을 화두로 뜀박질 해왔다. 5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유치했고, 5G 콘텐츠 수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은 자주 끊기는 신호로 반쪽짜리 5G라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5G가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쳐 5G판 뉴딜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5G 상용화 국가가 17개국으로 늘어난 가운데 세계 최초로 쏜 국내 5G 신호탄이 산업과 국민 생활 전반에 흘러 들어가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와 규제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경제연구기관들이 추산하는 5G로 인한 국내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은 2025년 최소 30조3325억원, 2030년에는 47조7527억원에 이른다. 5G를 통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수익은 앞으로 7년간 약 15.6% 증대될 것으로, 각 산업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기대되는 수익증대는 7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5G를 통해 산업적으로 생산해낼 부가가치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5G가 산업 영역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28㎓ 대역 및 단독모드(SA) 구조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5G는 3.5㎓ 대역 및 비단독모드(NSA)로 상용화됐다. 3.5㎓ 대역은 전파 도달 범위가 넓어 전국망 구축에 유리하지만, 속도는 LTE 대비 4~5배 빠른 정도에 불과하다. 10~20ms 지연도 발생한다. 아울러 LTE 네트워크와 5G를 연계하는 NSA 구조를 적용한 까닭에 LTE 속도에 따라 5G 속도가 영향을 받았다. 이동통신 3사는 올해 28㎓ 대역과 SA 구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1ms 초저지연과 LTE보다 20배 빠른 20Gbps 초고속 구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SA는 수만개의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시킬 수 있는 차세대 사물인트넷(mMTC)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28㎓ 대역 및 SA 구조로 대용량 영상 전송과 민감형 서비스가 필요한 스마트공장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이동통신 직원들이 5G 기지국을 건설하고 있다. 사진/이동통신 3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조세감면제도 확대와 규제완화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5G 인프라 확대를 위해 기존 수도권 지역 1%였던 세액공제율을 2%로 확대한다. 공사비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처럼 5G망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확대되긴 했지만, 5G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은 올해에만 1973억위안(약 34조원)을 5G망 투자에 투입한다. 중국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5G 등 기술 도입 관련 소비에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규제완화도 아쉬운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는 정부가 추진하는 5G 전략사업 중 하나지만, 원격의료 금지 등으로 당장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ICT업계 관계자는 "국내 규제로 해외 시장을 선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5G 서비스 확산을 위해서는 '허가된 것만 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 규제대신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모바일 5G를 상용화한 국가는 한국, 미국, 이탈리아, 호주 등 17개국이다. 일본도 이달 5G를 상용화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은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은 10년간 5G 구축에 204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농촌 지역에 안정적이며 빠른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90억달러 규모의 차세대 5G 보조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정밀농업에 5G를 접목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대규모 5G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4차산업혁명 대동맥으로 꼽히는 5G에서 시장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한국이 5G 시장 선도자라는 타이틀을 확보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와 서비스 품질"이라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지속적인 민·관의 역량 결집을 통해 견고한 5G 시장 생태계 조성에 만전을 기하며 시장 지배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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