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영방송 KBS의 SBS 고소
2010-05-28 11:57:19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월드컵 중계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들의 다툼이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준조세인 시청료까지 받고 있는 KBS의 대응방식이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S는 27일 이틀전인 25일 SBS가 최종적으로 '월드컵 단독중계' 방침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SBS 전현직 임직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혐의는 사기, 업무방해 등이었다.
 
KBS는 고소장에서 지난 2006년 SBS가 중계권 확보를 위한 비밀 협약을 맺은 채 MBC 등 지상파 3사가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 확보를 위해 마련한 우리나라의 공동구매 입찰단, 즉 '코리아풀'에 참여하는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다.
 
SBS의 이런 속임수로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방해 받았고, KBS가 재산상 손실까지 입혔다는 게 KBS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관계자는 “국가 대항의 축구경기인 월드컵이 보편적 시청권 범주에 들어가는 국민적 관심 사항이라는 주장이나 KBS가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의 근거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거의 모든 스포츠 경기를 다루는 올림픽과 달리 팬층이 특정돼 있는 '월드컵'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같은 경기까지 보편적 시청권 확보가 필요한 국민 관심사항에 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 2006년 월드컵 당시에는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월드컵경기에 매달리면서, "시청자의 볼 권리를 빼앗았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었다.
 
특히 KBS가 등기이사도 아닌 윤세영 SBS 회장을 고소대상에 포함한 것을 놓고 이런 저런 뒷말들이 나온다.
 
SBS 경영을 책임지는 사장이나 실무 책임자는 그렇다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윤 회장까지 포함시킨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KBS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윤 회장 주변을 취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KBS가 SBS를 압박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도적으로 '오너'쪽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KBS 관계자는 윤 회장 고소에 대해 “윤 회장이 이번 월드컵 중계 파행의 배후세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회장과 주식회사 SBS와의 법률적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납득할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음달부터는 KBS의 '시청료 인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20년간 동결됐던 시청료 인상 문제가 국민의 동의를 받으려면, KBS가 제1의 공영방송 다운 면모를 더욱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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