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자녀의 입시 부정과 특혜 의혹이 제기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에 대해 검찰이 고발인 조사를 재개하면서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나경원 의원 딸의 의혹과 관련된 성신여대 감사보고서 등도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나 의원 사건과 관련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을 이날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안진걸 소장은 이날 오후부터 고발인 조사를 받고 있다. 안 소장이 고발인 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13일 이후 2달여 만이며, 이달 초 검찰 인사로 사건이 재배당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안 소장은 이날 오후 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검에 나온 자리에서 "나경원 의원을 8차에서 10차까지 고발한 것을 마저 확인하기 위해 고발인 조사를 재개한다는 연락을 검찰로부터 받았다"며 "검찰이 사실상 수사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늦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더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나 의원에 대한 여러 비리 혐의 중 비교적 사실관계가 명료한 딸의 전형 비리, 입시 비리, 성적 비리 문제에 대한 자료 일체를 검찰이 성신여대에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고, 성신여대는 감사보고서 등 비리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25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고발 사건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검찰은 이미 지난달 중순 나 의원의 딸 김모씨의 성신여대 입학과 관련해 △성신여대 감사보고서와 감사를 진행하면서 확보한 성신여대 내부 자료 일체 △장애인특별전형과정 신설과 김씨의 입학 경위 등에 대한 성신여대 관계자들의 진술, 성신여대 내부 문건과 결재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김씨의 부당 성적 정정과 관련해 △김씨의 성적 정정 내역과 김씨의 현대실용음악학과 다른 학생들의 성적 정정 내역 △김씨의 성적 정정 과정과 절차를 알 수 있는 성신여대 내부 결재와 업무 협조 자료 등도 확인하고 있다.
성신여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월13일 초청 특강으로 성신여대를 방문한 나 의원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심화진 전 총장에게 "성신여대와 같은 큰 대학에 장애인전형과 같은 입시가 없는가"란 내용의 말을 했고, 이에 심 전 총장이 "특수교육대상자전형 신설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는 이모 입학관리팀장의 진술이 담겼다. 실제 성신여대에는 장애인전형 모집 요강이 확정됐고, 이 전형을 처음 도입한 해에 김씨는 현대실용음악학과에 해당 전형으로 응시해 합격했다.
이와 함께 김씨는 2학년이던 지난 2013년 2학기부터 4학년이던 2015년 2학기까지 총 8건의 걸쳐 성적 정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8건 중 3건만 담당 교수가 성적 정정을 요구했고, 2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2건은 이병우 교수가 학과장으로 있는 현대실용음악학과 사무실에서 성적 정정을 요청했다. 김씨를 제외한 5명의 성적은 'B0'에서 'A0', 'B+'에서 'A-' 등 소폭이었지만, 김씨의 성적은 'D0'에서 'A+', 'C+'에서 'A+' 등 향상 폭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9월16일 딸, 아들과 관련한 특혜 의혹과 입시·성적 비리 등 업무방해 혐의로 나 의원과 이병우 교수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1차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시민단체에 대한 명예훼손·협박 등 혐의,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와 특혜 의혹에 관한 업무방해 혐의, 나 의원 일가 소유의 홍신학원과 홍신유치원의 사학 비리에 관한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달 22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검찰에 고발했다.
이 중 10차 고발에는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 당시 남편의 지인 자녀를 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나 의원의 업무방해 등 혐의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 소장은 이날 고발인 조사에서 해당 고발 내용인 채용 비리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당시 대한장애인체육회 감사 결과를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
나 의원 측은 10차 고발 당시 "스페셜올림픽위원회 채용 관련 사안은 이미 2014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특정감사를 진행했던 건"이라며 "당시 공채 결과 1등 합격자가 개인 사정상 입사를 포기해 합격자가 없었고, 이에 별도로 특별채용을 진행해 채용 요건에 적합한 지원자를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인의 자녀인 것은 채용 절차가 완료된 이후 인지됐으며, 이에 감사 결과에서도 내부 결재 절차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을 뿐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주최로 열린 '문 정부 부동산 대책, 진단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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