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의 늪…이모티콘 팔아도 플랫폼만 배불린다
매출 절반 이상 구글·애플·카카오·네이버 떼어가…"2500원 중 500~700원 받아"
2020-02-21 18:19:58 2020-02-21 18:19:58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모티콘을 출시해서 매출이 나와도 플랫폼들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많이 떼어가다보니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한 이모티콘 작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제작한 이모티콘을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 등을 통해 출시하고 판매까지 했지만 정작 작가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매출액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중간에 위치한 플랫폼들이 수수료를 가져가고 남은 금액만 작가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과 모바일 메신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수수료 정책으로 개인 이모티콘 작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 이모티콘 작가들은 주로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를 통해 이모티콘을 출시한다.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는 국내 이용자들이 이모티콘을 가장 많이 구매하고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이모티콘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숍(왼쪽)과 네이버밴드 스티커숍. 사진/앱 캡처
 
이모티콘은 메신저나 SNS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전체 매출 중 정작 이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다. 우선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앱 마켓을 운영하는 구글(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과 애플(iOS 앱마켓)이 전체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구글과 애플 몫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중 카카오와 네이버밴드가 수수료를 떼어간다. 한 개인 이모티콘 작가의 정산 내역에 따르면 매출 정산비율은 카카오와 작가는 50:50, 네이버밴드와 작가는 70:30 비율이다. 이 작가는 "카카오톡의 경우 이모티콘 1개에 2500원에 판매되는데 작가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500~700원"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이 창작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결국 이모티콘 작가 활동만 해서 생계를 꾸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일과 병행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힘이 없는 개인 작가들은 이러한 플랫폼 운영사들의 수수료 정책이 과도하다는 불만을 품고 있지만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플랫폼이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국내 시장에서 이모티콘을 판매해 매출이 나올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밖에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가 추후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수료 정산 비율은 모든 이모티콘 작가와 회사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카카오 관계자는 "작가 개인이나 회사 등 입점의 형태가 다양하다"며 "카카오와 작가의 정산 비율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부터 이모티콘 컨퍼런스를 열고 창작자들을 초대해 주요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공유하는 등 작가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6개의 상품으로 시작한 카카오 이모티콘 스토어는 무섭게 성장했다. 누적 상품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7500개를 넘어섰으며 누적 구매자 수는 약 2100만명이다. 월 평균 사용자 수와 발신량은 각각 2900만명, 23억건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각 계약마다 비율은 다르지만 보통 전체 매출의 30~50%가 이모티콘 작가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모티콘 작가가 일반 판매 외에 사용자가 특정 광고를 보면 이모티콘을 받을 수 있는 보상형 광고 방식의 B2B(기업건거래) 계약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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