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보수통합신당 추진으로 한국당의 '공천'에 대한 교통정리가 늦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현역 의원들에게 '하위 20%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부적격 예비후보자들을 선별하며 공천 정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11일 한국당에 따르면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영남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을 다소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물론 지역민들까지 '컷오프'라는 단어에 대한 부담과 거부감이 있는 상황을 고려해 발표를 천천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관위는 또 컷오프 비율을 사전에 정하고 심사에 돌입할지, 아니면 심사 후 컷오프 비율을 정할지에 대해서는 더 논의하기로 했고 지역의 컷오프 대상의원에 대한 일괄발표 여부도 결정을 미뤘다.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걸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 공관위 측에서는 컷오프 지역에 속한 현역 의원들의 부담을 고려해 결정을 늦추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보수통합 과정에서 논란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대다수 포진돼 있는 영남 지역의 공천 교통정리에 돌입할 경우 당내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공관위는 향후 보수통합신당 창당을 고려해 14일부터 17일까지 지역구 후보 공천신청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보수통합신당에 참여하는 인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서다. 새보수당은 이날 한국당이 구성한 공천관리위원회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유의동 책임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단 회의에서 "개혁적인 공천을 김형오 공관위가 잘 이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도·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에 참여하는 다른 세력들은 공관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공관위 다시 구성될 경우 공천 정리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은 공관위 구성과 관련해 "11일부터 14일까지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자격 논란에 휩싸인 예비후보들의 출마 문제를 정리하는 것에도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공천 신청 명단에는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반발을 산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친일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당이 민주당의 예비후보자 적격심사와 같은 사전절차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들이 당내 경선을 통과한다면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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