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거대 저비용항공사(LCC) 탄생을 알린 가운데 두 회사의 상당수 겹치는 노선이 과제로 남았다. 제주항공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선 정리를 고민 중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운영하는 인천 출발 국제선은 모두 37개로 이중 이스타항공과 중복되는 노선은 15개다. 이스타의 인천발 국제선은 23개다.
일본 노선 75% 중복…동남아도 '겹치기' 상당
중복이 가장 심한 지역은 일본이다. 제주항공은 도쿄, 오사카 등 모두 8개 일본 노선을 운영 중인데 이중 75%에 해당하는 6개 노선이 겹친다. 두 회사의 일본 노선을 합치면 15개인데 이스타만 취항하는 곳은 가고시마와 미야자키뿐이다.
동남아 지역도 겹치는 노선이 상당하다. 제주항공과 이스타의 동남아 노선은 모두 22개인데 이중 6개가 중복된다. 제주항공이 가지 않고 이스타만 취항 중인 곳은 대만 화롄, 필리핀 팔라완, 베트남 푸꾸옥 3개뿐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겹치기가 심하지 않다. 두 회사가 함께 운영 중인 노선은 옌지, 홍콩, 마카오다. 다만 겹치는 노선에 인기 여행지인 홍콩과 마카오가 모두 포함돼 있고 이스타 인수로 얻는 수익 노선은 상하이 정도다.
이처럼 이스타가 운영하는 노선 중 상당수는 제주항공도 취항하는 곳이 많아 인수로 얻게 되는 신규 노선 확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노선이 겹치는 이유는 두 회사 모두 중·단거리용 항공기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기종은 150석 규모의 보잉 737-800이다. 이 기종의 항속거리는 5765km 수준으로 이는 부산에서 싱가포르까지 아슬아슬하게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탑승객 수를 줄이고 연료를 추가 주입한 후 운항해야 한다.
이처럼 가지고 있는 비행기가 중·단거리 이상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일본, 동남아, 중국 등 한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게 됐고 겹치기 노선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불매운동까지 일며 취항 선택지가 더 좁아졌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기재 다변화' 꿈꿨지만…'737 맥스'의 추락
LCC들의 노선 겹치기가 기재의 한계에서 비롯된 만큼 중·장거리 노선 확보를 위해 제주항공은 기재 다변화를 추진했다. 보잉의 '737 맥스'를 2022년부터 50대 들여오기로 했지만 이 기종이 두 차례에 걸쳐 추락 사고를 내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737 맥스는 최대 운항 거리가 6500km로 기존 항공기보다 14% 길다.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부산~싱가포르도 무난하게 오갈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당국의 운항 중단 제재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며 제주항공의 기재 다변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도입 시기였던 2022년까지 아직 여유는 있지만 운항 중단이 풀린다 해도 문제가 있었던 항공기를 들여오는 것은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큰 틀에서 737 맥스 도입 계획이 바뀐 것은 없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노선 정리의 경우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이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를 위해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기재도 정리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일정 기간 양사 체제로 갈지 바로 통합할지는 불확실하나 두 항공사 모두 인천공항 거점이기에 중·장기적으로 중복 노선과 기재를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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