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앵커]
무자본 M&A, 자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상장회사를 인수한 뒤 그 회사 자금을 담보로 인수대금을 내는 M&A 방법이지요. 무슨 '봉이 김선달, 대동강 팔아 먹는 소리'냐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게 위법은 아닙니다. 다만, 상장회사를 인수한 뒤 시세차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불법이 동원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이 이런 방법으로 막대한 불법이익을 얻은 기업사냥꾼들을 대거 적발했는데, 그 방법이 아주 교묘하고 치밀합니다.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한 취재기자가 지금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증권부 이보라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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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금감원이 무자본 M&A 기업 총 24개사를 적발했습니다. 20여명은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했다는데요. 우선 무자본M&A 부터 무슨 뜻인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무자본 M&A 가 대체 뭔가요?
[기자]
네. 무자본 M&A는 기업사냥꾼이 주로 자기자금보다 차입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인수자가 정상적인 회사경영보다는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거래로 연결되는 일이 많습니다.
금감원이 무자본 M&A가 추정되는 기업 67곳을 기획조사한 결과 총 24사를 적발했습니다. 유형별로는 부정거래가 5개사, 공시위반이 11개사, 분식회계가 14개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의결조치가 끝난 회사도 있고 절차가 진행중인 회사도 있습니다. 이들이 올린 부당이득이 13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이말은 곧 투자자들이 이만큼의 손해를 봤다는 뜻입니다. 최소 1300억원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무자본 M&A의 주요 위법행위는 무엇입니까? 쉽게 말해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자금을 조달해 차익을 실현하는 단계로 매번 비슷한 유형이 반복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무자본 M&A는 첫번째 무자본 인수단계 두번째 자금조달 및 사용단계 마지막으로 차익실현 단계 세단계로 진행되는데 여기서 위법행위가 발견됩니다. 주로 5% 이상의 대량보유 보고서를 미제출하거나, 회계분식, 시세조종 등입니다.
기업사냥꾼이라 불리는 세력들은 일단 주식담보제공이나 자금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합니다. 이후에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에 자금을 조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 같은 신사업에 진출한다며 장밋빛 사업전망과 실적개선을 담은 허위보도자료와 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웁니다.
주가가 올라가면 차익실현을 하고 아웃하는 방법을 씁니다. 또 이 과정에서 투자조합 같은데에 투자를 한다고 해놓고 시간이 지난후 투자했지만 손실이 나고 말았다는 영업권손실처리 같은걸로 돈을 빼돌립니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거나 선급금, 대여금 같은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빼내 유용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적발된 기업들의 범행수법을 예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자]
기업사냥꾼 김모씨는 상장회사 A를 무자본 인수한 후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데요. 그리고 이 페이퍼컴퍼니에 A사의 보유자금 50억원을 대여했습니다. 페이퍼컴퍼니의 이모씨는 이를 인출해 유용했고요. 이둘은 공모세력이었습니다. 이후 회사는 투자조합에 50억원을 지분투자하는것처럼 50억원을 출자합니다 그리고 그 돈이 다시 페이퍼컴퍼니로 대여되는데요. 결과적으로 페이퍼컴퍼니는 상장기업A이 투자조합에 출자한 돈으로 기업 A에 대한 대여금을 갚게 됩니다.
이 기업은 투자조합에 출자한 것을 영업권손실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그러니까 회사의 투자가 실패했다는 식으로 꾸며서 회계처리를 합니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보이지요. 하지만 최대주주가 지분을 털고 나가게 되면 이 회사 주식은 거의 휴짓조각이 되거나, 위법행위로 인해 제재를 받게 되면서 최악의 경우는 상장폐지까지도 갈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무자본M&A가 요즘에는 예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요? 어떻게 달라지고 있습니까? 우선 인수단계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일단 이전에는 인수인이나 M&A중개인, 사채업자 같은 소수의 관련자만 상장기업에 인수했지만 최근에는 투자조합, 사모펀드, 휴면법인 등을 통해 다수의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인수하면서 실질적인 인수주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적발된 24개사의 최대주주의 변경횟수는 총 3.2회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최대주주가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정보접근이 어려운 비외감법인이나 투자조합이 82%나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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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한뒤 자금조달 단계에서 차입규모도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돈을 빌려오는 규모도 커지고 사업과 상관없는데 돈을 투자하는 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4개사의 차입규모는 최근 3년간 총 1조741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회사별 평균 약 726억이나 됐습니다. 이중에서도 사모전환사채나 사모증자를 이용한 방식이 전체의 80%가까이 됐습니다. 이 조달자금의 절반이상(55%)을 시장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비상장주식이나, 대여금, 선급금에 사용했습니다. 대규모로 자금조달을 했음에도 이런 기업들은 3년간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게됐습니다.
[앵커]
어떤식으로 주가를 부양해 시세차익을 올리나요?
[기자]
투자자들이 관심있어하는 유망산업, 그러니까 바이오산업이나 중국 여행산업같은데 새로 진출한다고 공시하고 허위 보도자료도 유포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세력과 결탁해 시세를 조종해서 투자자를 유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우리 투자자들은 어떤 부분을 유의해야할까요?
[기자]
먼저 최대주주의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은 피해야 합니다. 최대주주가 정보 접근이 어려운 비외감기업이나 조합 처럼 실체가 불분명하면 무자본 M&A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로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서 주가하락시에는 반대매매가 발생해 큰 손실로 이어질수도 있습니다.
사모전환사채를 자주 발행하는 기업도 조심해야합니다. 전환사채나 주식 등을 대규모로 또는 자주 발행해 돈을 끌어모든뒤 자신들이 기업 인수를 위해 빌린 차입금을 상환합니다. 회사의 유보자금을 빼먹는 식입니다. 자금조달 이후에 비상장주식취득, 관계회사 대여 및 선급금, 조합 출자 등의 금액이 많으면 무자본M&A를 의심해야합니다.
[앵커]
신규사업 진출 소식도 반겨할만한게 아니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경영권이 변경된 후 기존에 하던 사업과 크게 상관없는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해외 투자 또는 자금유치를 추진하는 일도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해외법인을 통한 바이오사업 진출 같은 경우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주가를 올리기 위한 소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주주나 주요 임원이 주가조작 전력자는 아닌지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무자본M&A는 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하는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자행되는 일이 많아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군요. 금감원이 이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밝혔다면서요.
[기자]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밝힌 부분인데요. 그래서 회계, 공시, 조사 부서가 협업해서 기획조사를 실시한겁니다. 수법도 다양해지고, 지능화되면서 전담부서 설치까지고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시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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