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 '한돌' 상대 첫승…"인간과 AI의 차이 알고 싶었다"
'공격 강자' 이세돌, 초반 안정적 운영…78수 '묘수'
19일 2국, 동등 조건 '호선' 방식…승부 예측 어려워
2019-12-18 16:04:20 2019-12-18 16:04:2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차이가 궁금했고 확실히 알고 싶었다."
 
은퇴를 앞둔 이세돌 9단이 토종 바둑 AI '한돌'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두고 이같이 밝혔다. AI 업계와 바둑계는 AI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지만, 이 9단의 78수는 한돌도 예상하지 못한 '묘수'였다.
 
이세돌 9단은 18일 서울시 강남구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국이 끝난 후 "먼저 2점을 깔고 두는 것은 처음이었다"며 "최근 10일 동안 바둑만 생각하고 연습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대국은 AI와 인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 9단이 먼저 2점을 놓고 시작하는 접바둑 '치수고치기'로 진행됐다. 결과는 이 9단의 흑 92수 끝 불계승이었다.
 
이세돌 9단이 NHN 바둑 AI '한돌'과 대국을 마친 후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세돌 9단은 포석부터 수비적으로 임하며 탐색전을 펼쳤다. 지난 2016년 구글 '알파고'와 5번의 대국 끝에 1승4패를 기록했던 그는 대국 전까지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 9단은 "연습할 때도 (승률이) 5대 5였다. 오늘 대국도 이보다 낮은 승률을 생각했다"며 "2점 접바둑을 수비적으로 두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9단의 묘수는 흑 78수였다. 78수 이후 한돌의 승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한돌의 개발을 담당한 이창율 NHN 게임AI팀 팀장은 "(78수 전까진) 한돌의 승률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79수부터 승률이 확 떨어졌다"며 "한돌은 이 9단의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9단은 지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승을 거둘 때도 78수를 계기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는 "알파고 때 78수는 정상적으로 받으면 안 되는 수였다. 이번 78수는 당연한 수였는데 한돌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은 의외"라고 말했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국. 사진/NHN
 
NHN은 지난 2017년 12월 한돌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후 성능을 개선해 3.0버전까지 기력을 올렸다. 지난 1월 올해 신민준· 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에서 전승을 거뒀고, 8월에는 중국에서 열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19일 열릴 2국은 승리 예측이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이 9단의 이날 승리로 2국은 서로 동등한 조건에서 대결하는 호선으로 진행된다. 한돌은 지금까지 호선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력 수준을 끌어올렸다. 2점 접바둑의 경우 대국이 성사된 후 2개월 동안 학습한 것이 전부다. 이창율 팀장은 "접바둑 준비 기간이 불과 2개월뿐이었고, 다양한 성능을 검토하느라 실제 학습된 양은 이보다 적다"며 "호선은 이미 학습이 끝났다. 2국에선 좋은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 역시 "솔직히 말하면 힘들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은퇴 대국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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