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선거철 안팎으로 흡연 이슈 떠올라
흡연구역 조정 공약 내세워…회의론도 불거져
2019-11-30 06:00:00 2019-11-30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학가들이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조화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다음달 총학생회 선거들이 예정돼 있다.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들은 공약집에 앞다퉈 흡연 관련 공약을 넣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대에서는 오는 3~4일 치러지는 총학생회선거에 선본 2개가 출마했다. 양 선본 모두는 흡연구역 정비를 공약으로 걸었다. 'RE:플라이' 선본은 흡연에 대한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흡연구역 정착 및 학생처에 흡연부스 마련을 요구한다. '바로' 선본은 공식 흡연구역뿐 아니라 암묵적 흡연구역도 조사한 뒤 공식 흡연구역을 선정한다. 이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흡연구역을 조정하고, 시범운영기간을 거친 뒤에 다시 설문조사를 하고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역시 같은 기간이 투표 기간인 한국외대에서는 단독 선본이 출마했다. 흡연구역 조정에 무게를 두고 흡연부스는 섣불리 설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새벽으로부터' 선본의 김나현 총학생회장 후보자(2015학번)는 "흡연구역이 여태까지 아무 논의없이 지정된 게 문제"라며 "흡연자가 불편해하는 곳, 연기가 들어오는 곳 등을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캠퍼스에 3000만원짜리 흡연부스가 설치된 바 있지만 흡연자에게 큰 호응이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흡연구역이 있는데도 조정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현재 구역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라는 연세대 전준현(1학년)씨는 "흡연구역 개수가 중요하다기보다, 장소가 좁고 구석져서 환기가 안돼보인다"며 "여러명이 한꺼번에 피다보니 연기가 (비흡연자에게)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선본들이 거듭해서 흡연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갈등이 멈출 줄 모르다보니 회의론도 생긴다. 최근에 선거를 치른 연세대 당선자들은 선거 기간동안 '건설적 연세 학생사회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모임'으로부터 공약 비판을 받았다. 흡연부스 설치는 학생회비가 들고, 흡연구역 표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정문에서 가까운 건물인 공학원은 건물 측면에 흡연구역이 있는데도 지키지 않는 흡연자가 보였다.
 
성균관대의 경우, 이미 정해진 흡연구역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아 총학생회가 지난 18일 안내문을 업로드했다. 지난해 흡연구역을 재정비했는데도 아직 잘 지켜지지 않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 안내 캠페인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화여대 역시 흡연구역 추가 설치가 '공약 재탕'이라는 학내 비판이 이뤄진 바 있다.
 
흡연권·건강권 조화, 흡연부스 여부, 흡연구역 조정도 뚜렷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기도 한다. 담배를 피고 나서 강의실 등으로 진입할 때 냄새가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탈취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29일 고려대 학생들이 흡연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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