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정협기자] 삼성이 11일 발표한 신성장사업은 그 내용보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 후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됐다는 '형식'에 더 무게가 실렸다.
태양전지와 바이오분야 등 사업내용은 그닥 새로울 게 없었지만, 이 회장이 복귀의 명분으로 누차 강조했던 '10년 뒤 먹을거리'에 대해 집중 논의해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이재용 부사장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10일 저녁 한남동 승지원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과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 장원기 사장(LCD사업부장), 이상훈 사장(사업지원팀장) 등 삼성전자의 '핵심'들이 모두 참석했다.
최치훈 삼성SDI 사장과 김재욱 삼성LED 사장, 김기남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이종철 삼성의료원 원장 등 관련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재용 부사장은 참석자 중 사장급 이상이 아닌 임원으로는 유일했다.
더욱이 다른 자리도 아닌 '삼성의 향후 10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 이 회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삼성전자로 복귀를 단행하자, 일부에서는 최지성 대표이사와 이재용 부사장 체제에 불안감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부쩍 활발해진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전무의 움직임과 결부하며, '후계구도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선전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고, 최 대표-이 부사장 체제는 한층 굳건해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어제 승지원 회의에서 후계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그 모양 자체로 이 문제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보낸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삼성이 앞으로 이 회장이 '미래산업'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아들인 이 부사장이 챙겨가는 구도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뉴스토마토 손정협 기자 sjh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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