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자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가 임박하면서 연장여부를 두고 당국의 고심이 커지는 듯하다. 특히 동북아 역내에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길 원하는 미국이 우리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커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8월2일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소위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무역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그래서 우리정부도 20일 뒤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대응했다. 우리를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국가와 안보적으로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지속하는 것은 논리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소미아는 기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묶어 한·미·일 동맹수준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싶은 미국이 한국에 강력히 요구해 체결된 협정이다. 미국은 한·일 간 복잡미묘한 관계를 잘 모르거나, 혹은 모른척하면서 우리 정부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우리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당황해하던 일본도 지금은 여유가 넘친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는데 과연 한국 정부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냐는 속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과 명분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지소미아는 한일 간의 협정이기에 미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또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성격이 강하다. 무역규제와 관련해 일본의 태도변화가 없는데, 우리가 제3자인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먼저 종료를 철회한다면 또 다른 외교굴욕으로 기록될 뿐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6일 지소미아 연장을 주장하며 "안보는 안보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푸는 게 정상이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료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부 내용에 동의한다. 안보와 경제 문제는 별도로 푸는 게 정상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을 문제삼아 경제적인 수단으로 대응한 일본 정부가 먼저 결자해지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최근 태국 방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위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일본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할 때다. 외교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 어느 일방의 움직임으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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