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한국발 글로벌 대표 블록체인 서비스가 되겠습니다."
이보람 피블(PIBBLE)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판 인스타그램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블록체인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현재 '기술' 또는 '암호화폐 투자'라는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 중심의 블록체인이 아직 없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블록체인 SNS 피블의 존재는 작지 않다. 쉽고 재밌고 직관적인 SNS 서비스를 표방하는 피블은 블록체인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가능성을 지닌 프로젝트로서 대중들에게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현재 국내 3만명 유저를 확보한 피블은 올해 20만명 이상의 국내 유저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이보람 대표는 "SNS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플랫폼이다. 대화하고, 사진을 공유하고 물건을 사고팔며 기부하는 등의 기능들이 피블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피블에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핵심 이벤트를 담고 있다. 글·사진을 올리고 개인 메시지로 대화할 수 있는 기본 기능 이외에 사진 등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커머스', P2P 클라우드 '펀딩', '자선(기부)' 등의 활동이 피블 플랫폼 하나로 가능하다.
특히 커머스 기능은 사진을 올리고 다운로드를 허용할지, 얼마에 판매할지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커머스로 올리는 이미지의 경우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블록체인에 이미지를 저장해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며 "커머스를 통해 등록된 이미지와 똑같은 이미지가 올라오면 인증 실패로 업로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커머스로 등록한 이미지 원본은 사이즈(가로형, 세로형)에 상관없이 원본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에 기록돼 원본 소유자와 판매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시장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던 이미지가 블록체인을 업고 가치 창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피블은 이미지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중의 인식 변화를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최소한 이미지를 '유료로 구매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 대표는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로 결제해야 옳은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게 얼마 안 됐다"며 "이미지는 아직 사람들이 콘텐츠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유일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지 시장은 영상, 음악보다 훨씬 크다. 짧은 영상에도 수없이 많은 이미지 컷이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프로 사진작가들의 경우 수입이 턱없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블록체인으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해온 이미지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블의 '커머스' 기능은 똑같은 사진이 업로되되면 원본 인증 실패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다. 사진=피블 유저 Ram
피블이 포스팅 중심의 인스타그램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부분은 암호화폐 지갑이다. 피블은 플랫폼 내에 자체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고 있다. 이 대표는 "피블은 암호화폐라는 돈이 집결돼 있는 SNS"라고 강조했다. 피블은 유저의 게시물에 보상을 제공하고, 사용자도 맘에 드는 게시물에 피블로 직접 보상하는 업보트 기능 등을 제공한다. 또한 이렇게 앱에서 벌어들인 포인트를 피블 코인으로 교환하거나 비트코인, 이더 등 주요 암호화폐로 입출금할 수 있는 블록체인 지갑을 보유한다.
삼성 블록체인지갑에 탑재돼 있는 피블(왼쪽)과 피블 내에 있는 지갑. 사진=피블
암호화폐를 통한 기부 서비스도 가능한데, 이 부분은 이 대표가 블록체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기부와 암호화폐, 블록체인 철학이 굉장히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인구 70억명 중 개인 금융계좌를 보유한 인구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30억~40억명에 불과하다. 그는 "블록체인은 '소유' 개념이 없고, 은행계좌가 없는 금융 소외계층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며 "지갑주소만 있으면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블은 시간, 국경에 상관없이 원클릭으로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 구실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암호화폐로 보상받고, 커머스까지 가능한 직관적이고 쉬운 콘셉트가 피블의 장점이다. 피블은 삼성전자, 카카오와 모두 파트너십을 구축한 업계에서 거의 유일한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갤럭시S10의 블록체인 월렛과 연동되며, 향후 카카오지갑에도 연동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삼성과 카카오 측이 눈에 보이고 직관적인 서비스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피블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과의 파트너십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와 함께 피블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이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피블은 국내에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와 유럽, 일본 쪽으로 마케팅을 본격화해 글로벌 유저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보람 대표는 "국내 대표 포털이라고 해도 젊은층이 거의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서비스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게 피블의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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