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9년 전인 1910년 8월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당시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게 멸망하고 국권을 뺏겨, 한반도가 일제의 식민지가 된 치욕의 날이다.
사실 일제의 한반도 병합은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일본은 1875년 운요호 사건으로 조선에 시비를 걸고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으로 침략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한일의정서(영토권), 1차 한일협약(내정자주권), 을사조약(외교권), 정미7조약(군사권), 기유각서(사법권) 등을 차례차례 체결해 결국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일제의 식민지 병합이 경제침탈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강화도조약의 부속조약은 '수출입 상품 무관세'와 '양곡의 무제한 유출'을 허용했다. 그 결과 당시 일본은 자국 공산품을 조선에 풀어 우리의 전통 산업을 몰락시키면서 자국 산업은 더더욱 고도화 시켰다. 또 식량은 일본으로 반출해 자국 국민에게 공급하면서 조선의 식량난을 초래했다. 현 일본 아베 정권이 부당한 무역규제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미래성장동력을 위협하는 것과 묘하게 겹치는 대목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19세기의 미약한 조선이 아니다. 또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일방적으로 침략해 식민지로 만드는 시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금의 우리 경제구조가 외풍에 쉽사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실이다. 그렇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우선 경제자립이 선행돼야 한다. 튼튼한 내수시장 확보, 선도형 경제로 체질 변화 등이 필수다.
여기에 안보자립도 필요하다. 안보자립은 단순히 눈앞의 북한에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동북아는 미·중·일·러 4대 강국의 패권경쟁과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위권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충분한 힘을 가져야 잠재적 적국 혹은 경쟁국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며, 동맹국도 우리를 존중할 것이다.
끝으로 당당하고 원칙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 아무리 중요한 동맹도 국익에 앞설 수는 없다. 친한 친구사이라도 일정 선을 넘을 경우 '아니다'고 말해주는 것이 진정한 우정일 것이며 우정을 오래가게 하는 길이다. 동맹관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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