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섬유패션 관련 상위권 기업들의 실적이 올 들어 개선됐지만 고용유발 효과는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위권의 실적이 부진해 양극화가 심화되는 속에 선두업체는 주로 외주가공 시스템에 의존하며 비용을 아끼는 구조다. 실적 성장이 고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OEM 방식이 확산되는 데 기인한 것으로, 브랜드 가치에만 치중할 뿐 자체 제조 경쟁력을 잃게 되면 후발기업을 따돌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상존한다.
28일 한국섬유산업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섬유패션 기업 중 1분기 매출 1위는 휠라코리아였다. 이 회사는 영업이익률도 14%나 돼 실적이 돋보인다. 다만 휠라코리아는 100% 외주가공 시스템으로 임직원 수가 299명에 불과했다. 상위권 업체들의 고용 상황이 대체로 이런 식이다.
매출 2위는 한세예스24홀딩스인데 사업지주회사라 고용인원은 26명뿐이다. 자회사인 한세실업이 8위에 올랐는데 그나마 생산을 담당하는 OEM 회사로서 고용인원은 582명이다. 하지만 원가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공장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 위치해 국내 고용유발효과는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3위는 지난해 효성에서 인적분할한 효성티앤씨로, 이 회사는 스판덱스 등 섬유 중간재를 생산하느라 고용인원이 1522명이나 된다. 다만 기간제 근로자가 144명인 게 흠이다.
또다른 OEM 회사인 영원무역(4위)이 모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6위)와 함께 상위권에 포진했다. 영원무역 역시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이 있으며 임직원은 419명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라 임직원이 12명밖에 안 된다.
9위부터 11위까지 오른 LF(임직원 1078명), 한섬(1166명), 신세계인터내셔날(1352명)이 임직원 수 1000명을 넘겨 고용인원이 많은 편이다. 이들 역시 외주가공생산을 하고 있지만 국내 물류센터를 다수 보유한 이유로 풀이된다. 인원이 가장 많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화장품 제조 설비를 보유한 복합사업 회사다.
이 중 한섬(영업이익률 11%)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간 회사는 휠라코리아가 유일하다. 생산은 외주를 맡기고 브랜드 가치에 집중하는 요즘 산업계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점점 이런 구조로 전향하면서 고용창출 효과가 약해지는 부분이 우려를 낳는다.
매출 상위권 기업들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흑자전환한 곳도 다수 있다. 하지만 하위권에선 실적이 줄거나 적자가 지속된 곳들이 다수다. 상위권의 실적 회복만으로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일 공산도 크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섬유 및 의복 관련 직종 구인인원은 2567명(내국인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7% 감소했다. 또 지난 5월 의복, 의복액세서리 및 모피제품제조업(-8000명), 섬유제품제조업(-6000명), 가죽가방 및 신발제조업(-5000명) 등 섬유패션 관련 업종 종사자 수가 제조업 중 가장 큰 감소폭(전년 동월 대비)을 보였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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