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설마." "그 괴짜가 정말." "말도 안돼."
시간을 거슬러 2016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던 날 주변 지인들이 한 말이다. 미 정가는 물론이고 상당수 언론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당선에 무게를 뒀었다. 그런 탓에 트럼프의 당선은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심지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시간이 흘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보호무역주의정책을 강화했다. 그 결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몇 차례 격랑을 겪었다. 최근 격화되는 미·중 무역분쟁이 어찌보면 '좌충우돌'로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식 행보에 기인한다는 건 이제 거의 전 세계인의 상식이 됐다.
이쯤에서 미국 경제를 보자.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미국 잠재성장률 상승 배경'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2.13%로 전망된다. 2010년 1%대까지 내려갔던 성장률이 무려 2배 이상 오르는 셈이다.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 개선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업률의 경우 4월 3.6%를 보였는데 1969년 12월 3.5% 이후 50년만에 가장 낮다. 미국 상무부 집계를 근거로 한 미국의 기업투자 증가율은 2016년 0.5%에서 2018년 6.9%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올해 1분기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4%로 2010년 3분기의 2.7%이후 최고치다.
좌충우돌 괴짜 사업가 대통령의 경제 성적 만큼은 최소 'B+' 이상 줄 수 있을 듯 하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행정부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은 이런 경제적 성과가 이른바 '믿는 구석'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보자. 지표상으로만 보면 최악, 최고, 최저를 연일 기록 중이다. 심지어 1분기 성장률은 10년만에 최저인 -0.4%를 보였고, 4월 경상수지는 7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조정, 소득 양극화 심화 등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많은 탓에 미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우선 정부는 고용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일자리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만큼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
특히 확장적 재정정책만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에 따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동 생산성을 제고하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또 미·중 무역분쟁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외교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오는 8~9일 일본 후쿠오카와 이바라키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경제분야 각료급 회의가 중요한 이유다.
시대적 사명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킨 것은 분명 현 정부의 가장 큰 성과다. 이제 경제만 잘하면 된다. 즉 '믿는 구석'만 어느정도 마련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정부로 평가될 것이다.
권대경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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