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자리, 사무직·판매직에 집중…고용 질도 열악"
서울연구원 연구결과 발표…경단녀 35만명 중 대졸 이상이 72%
2019-05-29 15:59:39 2019-05-29 16:01:52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지역 거주 여성 중 육아·결혼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3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여성들이 가진 일자리도 사무직이나 판매직 등 일부 직종에만 몰려 있고 고용 질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여성노동시장의 특성과 정책적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2017년 서울의 여성 노동가능인구는 445만명으로 이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46%를 차지한다. 이는 남성의 비경제활동인구 27.1%보다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상당히 큰 구조다. 노동공급 측면에서 잠재적 노동자원이 충분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여성인력 자원의 유휴화가 심각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서울시 여성 고용률은 51.9%로 남성의 69.6%에 3/4 수준이고 격차도 17.7%p로 큰 편이다. 여성 고용률은 연령별로 보면 30~40대에 푹 꺼지는 M자형 분포 형태다. 30세 미만 연령층에서 고용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다. 이는 군 입대로 인한 남성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 효과다. 여성 고용률은 정점인 25~29세(73.6%)를 지난 후 하락하다가 40~44세(57.7%)를 2차 저점으로 하여 일시적으로 상승한 후 45~49세(66.9%)를 2차 정점으로 다시 하락한다. 
 
2017년 서울 여성일자리의 직업 밀집도를 보면, 상위 5개 직업에 절반 이상인 52.7%가 몰려 있다. 경영·회계 관련 사무직의 밀집도가 17.4%로 가장 높고, 매장 판매와 상품 대여직 9.9%,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 9.1%, 보건·사회복지·종교 관련직 9.0%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의 밀집도 상위 10대 직업을 비교했을 때, 여성 직업에만 있는 것은 교육 전문가와 관련직, 보건·사회복지·종교 관련직, 가사·음식·판매 관련 단순 노무직, 돌봄·보건 관련 개인 생활 서비스직, 상담·안내·통계 기타 사무직이다.
 
2017년 서울의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34만8000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30~39세가 15만7000명으로 45.2%를 차지하고, 40~49세 40.2%, 50~54세 10.4%, 15~29세 4.2% 등의 순이다. 30~39세가 직장생활 중 경력단절에 가장 많이 직면하는 연령대다. 대졸 이상이 71.5%로 가장 많고, 고졸은 26.4%, 중졸 이하는 2.0%에 불과하다. 전국과 비교해 서울은 상대적으로 대졸 이상 비중이 높고, 고졸 이하 비중은 낮다.
 
경력단절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사유를 보면, 육아가 38.1%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결혼(30.7%), 임신·출산(22.2%), 가족돌봄(4.6%), 자녀교육(4.3%) 등의 순이다. 육아, 결혼, 임신·출산 등을 합한 비율이 91.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단기 경력단절자가 많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장기 경력단절자가 많아지고 있다. 경력단절에 한 번 빠지면 경제활동에 다시 복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용 질을 살폈을 때 2017년 서울시 여성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은 111만3468명으로 전체 여성 임금근로자의 58.5%를 차지한다. 임시직 67만5144명 35.5%, 일용직 11만5462명 6.1% 순이다. 상용직 비중이 가장 높지만, 남성(71.9%)보다 13.4%p나 낮다. 여성일자리의 상용직 비중은 2010년 45.6%에서 2017년 58.5%로 12.9%p 확대된 추세다. 
 
2017년 서울시 여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198만8000원으로 서울시 남성 임금근로자의 63.0%에 불과하다. 시간당 임금도 남성의 72.2% 수준에 불과하다. 남녀 간 임금격차는 종사상 지위, 학력, 직무, 근속기간 등과 더불어 성별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적정임금 기준 값인 중위임금 이상을 받는 여성 근로자 비중은 44.5%로, 남성(74.0%)보다 29.5%p나 낮을 정도로 고용의 질이 취약하다.
 
결과적으로 여성노동시장의 양극화 수준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여성 임금근로자의 ER지수는 2017년 0.0246으로 남성 임금근로자 0.0195보다 약 1.26배 높다. 2010년 이후 서울시 노동시장에서 남성 임금근로자의 양극화 수준은 감소한 반면, 여성 임금근로자의 양극화 수준은 확대되고 있다. 2017년 서울시 여성 임금근로자의 지니계수도 0.3394로 불균등 수준이 0.4(심각)보다는 낮지만, 남성(0.2946)과 비교하면 1.15배 높다. 
 
연구진은 “여성일자리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수요 측면에서 여성에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여성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인구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여성노조원, 한국여성노동자회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 타파의 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