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13년 이제 막 결성되던 해, 합주실 한 켠 TV에서 루이 암스트롱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미국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재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 책가방 만큼 입이 크다는 데서 유래한 애칭 '사치모(Satchmo)'. 음악계 선구자였던 그의 연주를 본 순간, 그날의 기억은 멤버 모두에게 너무도 강렬했다.
"베이스를 담당하는 멤버 스(Hsu)가 그의 애칭이 '사치모'임을 알려줬었죠. 그게 지금 저희의 밴드명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루이 암스트롱처럼 파이어니어(선구자)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록 페스티벌로 처음 한국을 찾은 그들은 이렇게 자신들을 소개했었다. 일본의 네오시티 팝 밴드로 알려지고 있는 밴드 서치모스(Suchmos). 올해 6월9일 첫 단독 공연 차 이들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3월 발매된 정규 3집 '더 애니멀(The Anymal)' 발매를 기념한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일본 록밴드 서치모스. 사진/PRM
25일 공연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서면 인터뷰. 보컬 욘스(Yonce)는 한국말로 '안녕'이라 적으며 첫 인사를 건넸다.
"안녕! 지난해 여름 페스티벌로 한국에서 인사를 드렸는데, 이번엔 단독 공연을 통해 방문하게 됐습니다. 페스티벌에서 만났던 분들, 또 음악으로만 저희를 접했던 분들 이번 공연에서 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밴드 결성 후 첫 해외 공연이었다. 이후 중국, 홍콩, 태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를 바쁘게 오가며 투어를 돌았다. 국가별 정취가 묻어나는 음식과 사람들, 고유한 바람까지 느끼며 '음악은 아름답다'는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가장 기억이 남는 공연이요? 태국에서 열렸던 빅 마운틴 페스티벌이었죠. 산 속 공연이었는데 관객과 뮤지션, 자연이 하나 되는 분위기라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아시아에선 인도, 세계적으로는 남미나 유럽도 가보고 싶어요. 육지와 떨어진 외딴 섬에서도 해보고 싶고요."
2013년 결성된 밴드는 결성 4~5년이 지나서야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레트로 시티팝 열풍과 맞물리면서 뒤늦게 '808', 'Stay Tune' 같은 대표곡들이 일본 내 주류 차트 순위를 뒤집어 놓았다. 이제는 1~2만 석 규모의 '아레나 투어'도 거뜬히 진행하는 '슈스(슈퍼스타)'다. 올해 초에는 일본 스타급 뮤지션이나 아이돌만 출연할 수 있다는 'NHK 홍백가합전'에도 출연, 일본 내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음악 스타일 때문인지 네오시티팝 밴드라거나 일본의 자미로콰이라고 불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저희가 내고 싶은 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어떤 음악을 할 것이냐 묻는다면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결성 초기 때부터 늘 앨범을 만들 때마다 그래왔고, 앞으로도 상상을 뛰어넘는 음악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일본 록밴드 서치모스. 사진/PRM
올해 3월에는 정규 3집 '디 애니멀(The Anymal)'을 냈다. 기존 시티팝적인 면모 보다는 본연의 정통 록의 정체성에 조금 더 근접한 앨범이다. 동시에 일본식 블루스의 웜 사운드 프로덕션을 가미해 단순 시티팝이란 낱말을 뛰어넘고 있다. 자신있게 "지금까지 서치모스의 음악을 알고 있던 분들이 깜짝 놀랄 만한 앨범"이라 소개한다.
"저희끼리는 '한 편의 영화, 하나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악을 들으면 '이런 스타일이구나'라고 굳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저희는 듣을 때마다 의미가 변하는 그런 작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설적인 록 밴드 '너바나(NIRVANA)'는 밴드에게 평생 영감을 주는 팀이다. 보컬 욘스는 커트코베인의 일대기 전체를 존경하며 항상 음악에 자극과 영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커트코베인이 갖고 있는 고민들, 또 그로 인한 비극적 선택까지 모든 것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매우 존경하고 있는 뮤지션입니다."
이번 내한 투어는 '<더 라이브> 볼륨 2'라는 타이틀로, 오는 6월9일 저녁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다. 밴드 혁오와의 합동 공연으로 진행된다. 한국, 일본에서 가장 '핫'하다는 두 팀이 뭉친다.국내 팬들의 기대감이 벌써부터 높다.
"저희와 친한 일본 밴드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가 '혁오는 뭔가 기분 좋은 밴드야'라고 하더군요. 사실 저희와 아직 교류는 없었지만 함께 하게 돼 굉장히 기쁘고 기대가 됩니다. 친해져서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한 달 남짓 남은 공연, 밴드는 두 번째 한국 방문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관광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어요. 지금은 다른 곳보다도 한국 공연이 가장 기대가 됩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저희와 함께 '디 애니멀'의 세계를 여행해보길 바라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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