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데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 꾸준히, 부지런히 음악을 하고 있다.
적지 않은 기간, 음악은 중력과도 같은 힘을 발휘했다. 네 멈버들을 하나로 엮었고, 그 힘은 다시 팬들을 끌어 당겼다. 지구가 태양을 스무번이나 감싸 안는 동안의 세월. 밴드는 이제 그 시간의 기억들을 걷는다. 그 때의 느낌들을 새롭게 변주하고, 노래한다.
지난 19~2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밴드 넬의 단독공연. '콰이어트 옛 라우드(QUIET yet LOUD)'라는 타이틀로 밴드는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음악들을 했다. 발표된지 16년 된 곡부터 2~3년 남짓된 곡들까지, 밴드는 세월의 흔적이 켜켜히 묻은 곡들을 추리고 골랐다. 잔잔하고 느린 템포로 새롭게 변주한 곡들은 대체로 봄의 서정을 닮아 있었다.
"대체로 잔잔하고 어떻게 보면 느린 곡들로 준비했어요.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다가가는 울림이 작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작년에 20곡 남짓 편곡을 했었고, 또 올해도 이번 공연을 위해 열심히 편곡을 한, 저희는 부지런한 밴드입니다."
19~2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넬의 단독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재즈 블루스의 향이 나는 '클리프 퍼레이드(Cliff Parade)'가 흘렀다. 강렬한 록 넘버인 원곡과는 판이하게 다른 뭉근한 소리들에 장내의 시간을 아주 느리게 바꿔 놓고 있었다.
정적으로 느껴지는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전자 건반, 구슬프게 우는 것처럼 들리는 심벌과 하이햇, 그리고 주기적으로 오가는 순간의 정적들. '얼음산책', '선샤인(Sunshine)'으로 한달음에 이어지는 새로운 편곡 버전의 곡들은 여전히 관객을 끌어 당기며 빛을 내뿜는 각각의 별무리들처럼 느껴졌다.
"다음에는 저희가 어렸을 때 오랜 시간 좋아했고, 지금도 들을 때마다 좋아서 놀라는 곡을 해볼까 해요. 기분 좋은 4월 해맑은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해보고 싶어 준비를 했습니다."
한 때는 멋 모르고 무대에서 그대로 따라해본 적이 있는 곡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밴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던 곡들. 이제 밴드는 그 시절의 노래들을 자신들 만의 색, 자기들만의 소리로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포티 쉐드의 '로즈(Roads)', 스노우 패트롤의 '체이싱 칼스(Chasing Cars)'이 그들 만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새롭게 머금어 연주되고 노래됐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로 켜진 조명.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년 동안 차곡 차곡 쌓아온 곡들, 그 갯수 만큼이나 밴드에겐 떠올려지는 기억들도 많다. '렛 잇 레인(Let it rain)'의 수록곡 '미련에게'를 부르기 전 밴드는 곡에 관한 기억을 되뇌며 팬들과 교감의 시간도 가졌다.
"아마 저희가 21~22살 정도 때 이 곡의 데모 버전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홍대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며 기타 솔로를 만들던 기억이 나네요."
"이 곡을 쓰고 지금까지 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기 계신 분들도 그럴 것 같아요. 좋은 일을 겪지 못하고 계신 분들은 이 음악을 듣고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시길 바라요."
1부 격에 달하는 '콰이어트(QUIET)'의 시간이 종료된 후, 밴드는 앙코르 무대로 분위기를 반전시켜 '라우드(LOUD)'의 시간을 이어갔다. "나갈 때 기분 좋게 나갈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시작한 이 무대는 '우린 달랐을 뿐 잘못되진 않았다'(곡 'Dreamcatcher')거나 '내 꿈이 숨을 쉰다(곡 'Ocean of Light')'는 희망어들의 떼창 속에 막을 내렸다.
여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곡 작업과 공연 준비를 하는 밴드 넬. 올해가 20주년이라 해서 특별할 것 없다. 밴드는 여전히 꿈을 꿨고, 이뤄가고 있다. 자신들의 음악과 이를 사랑해주는 팬들. 그들을 위해 다시 또 새 희망을 품고 달릴 뿐이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 앨범 작업 때도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설레임을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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