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검찰, 야속한 법원…'윤중천 영장' 재청구 난항
영장전담 판사, '별건 구속 부당' 주장 받아들인 듯…수사 차질 불가피
2019-04-19 23:56:48 2019-04-19 23:56:4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김학의 게이트'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영장 청구를 기각한 법원이 검찰의 별건수사를 영장 기각 사유로 밝히면서, 영장 재청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9시쯤 윤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본건 수사개시 시기 및 경위, 영장청구서 기재 범죄혐의의 내용과 성격,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 체포 경위 및 체포 이후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학의 게이트'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가 19일 오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탑승해 있다. 윤씨는 이날 체포구금 상태에서 석방돼 귀가했다. 사진/뉴시스
 
법원이 언급한 ‘본건’이란 ‘김학의 게이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윤씨를 체포한 범죄사실이다. 일반 형법이 아닌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특별법 위반으로 혐의 사실이 가볍지 않지만, ‘김학의 게이트’ 관련 사건이라기 보다는 윤씨 개인 범죄 성격이 짙다.
 
수사단에 따르면, 윤씨는 2008년쯤 사업 파트너와 동인레져라는 업체 이름으로 함께 골프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최소 5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2012년과 2015년쯤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사업가 김모씨에게 접근해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거액의 돈을 요구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도 있다. 또 친분을 다져온 한 감사원 소속 공무원에게 집을 싸게 지어준 대가로 돈을 요구하고, 뜻대로 안 되자 공무원의 비위사실을 감사원에 투서하겠다며 협박한 혐의(공갈)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씨는 ‘김학의 게이트’를 수사하기 위한 수사단이 개인 비리를 들춰 자신을 구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적극 개진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단이 사전 소환 통보 없이 바로 윤씨를 체포한 것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영장심문 과정에서의 윤씨 태도 등도 영장 기각사유로 적시하면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 대한 혐의 사실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씨가 수사단 수사에 적극적인 만큼 반드시 구속할 필요성이 적다는 풀이다. 
 
그러나 수사단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단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수사단은 윤씨를 체포해 조사하는 동안 구속 필요성을 소명하기 위한 준비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김 전 차관과 관련된 혐의를 조사하기에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다. 게다가 윤씨는 이번 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윤씨의 태도는 적어도 협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 고위 검찰 관계자는 “윤씨는 현직 고검장을 쥐락펴락하고, 방송에서 ‘지금 뒤져봐야 뭐 안 나올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우습게 보는 인물이다. 윤씨는 지금도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판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은 이날 영장이 기각된 뒤 “구속영장 기각사유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보완수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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