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옥인동에서 조선 대표 문화공간으로 알려진 ‘옥류동’ 바위 글씨가 발견돼 지정문화재 등록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오랜 재개발 갈등을 매듭짓고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인 종로구 옥인1구역에서 발견된 옥류동 바위 글씨를 시 지정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옥류동은 17세기 이래 김수항과 김창협과 같이 당대 최고 문인들이 시문을 짓고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 일섭원시사(日涉園詩社) 등 문학모임이 이뤄진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장소기도 하다. 현재 옥인동의 지역명도 옥류동과 인왕동이 합쳐졌다.
옥류동 바위 글씨는 한국일보사가 1989년 출판한 책 ‘서울 육백년’에서 사진으로만 존재가 알려져 있었다. 동호회 한국산서회 인문산행팀 제보로 종로구 옥인동 47번지 바위 능선 일대에서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 옥류동 바위 글씨 사진은 책의 저자인 김영상 선생이 60여년 전에 찍었다.
서울시는 이번에 발견된 옥류동 바위 글씨가 조선시대 문인들이 모였던 문화공간 옥류동과 같은 장소에 있었던 바위 글씨로 사진과 동일하다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시는 당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해 시 지정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단, 옥류동 바위 글씨가 세간에는 우암 송시열의 글씨로 알려져 있으나 김수흥, 김창협 등 글씨 주인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이 분분해 추가적인 고증과 함께 이 일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종로구 옥인동은 오랜 갈등을 매듭짓고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사업을 막 시작한 지역으로 옥류동 바위 글씨 발견이 역사문화마을도시로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옥인동은 2007년부터 재개발 사업 추진을 원하는 조합과 한양도성의 옛 기억을 보전하고자 하는 지역·시민사회 간의 대립으로 사업 추진이 장기간 지연되다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해제 이후 소송까지 오가며 갈등이 고조됐다.
서울시는 조합과의 갈등조정 심층면담을 40차례 진행하고 지역·시민사회단체 등 이해당사자 갈등조정간담회, 총괄코디네이터 파견 등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주민과 조합의 요구를 반영한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재개발 갈등을 서울시의 중재와 조합·주민들의 이해와 합의를 통해 해결한 첫 사례다.
옥인동 도시재생사업은 역사문화자원 재생, 생활기반시설, 공동체 활성화, 건축물 정비·개량계획 등 4개 부문 16개 단위사업으로 추진될 계획으로 올해 153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김승원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역사문화자원 보존과 함께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착실히 진행해 옥인동을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발견된 옛 조선시대 문화공간 옥류동 바위 글씨.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