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김광연 기자]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 대해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해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됐다”면서“이제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 할지,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겨야 할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고민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가 받은 도움을 힘겹게 홀로 증명해내야 하는 수많은 피해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말하였으나 외면당했던,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저의 재판을 지켜봤던 성폭력 피해자들께 미약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김씨를 지지해 온 여성단체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판결 직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뒤늦게나마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을 한 2심 재판부의 유죄 선고를 환영한다”며 반겼다.
김씨의 변호인인 정혜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피감독자간음죄의 입법 취지와, 위력의 의미, 위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지, 이와 같은 행위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처벌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짚어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이어 “‘미투’ 폭로 후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과 아직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지만 일상 속에서 평온을 찾고자 애쓰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판결이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성학자인 권김현영씨도 “우리 사회 오랜 적폐를 드러낸 위대한 싸움 미투의 승리”라며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가해자의 항고 포기·즉각적인 수용을 기대한다”고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 피해자 김지은씨를 지지해 온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1일 2심 선고 직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합당한 결론이자 전향적인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서지현 검사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처럼 법원이 성범죄에 대해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것 같다”면서 “사실 1심 판결문을 다 읽어봤지만, 가장 이해가 안됐던 게 안 전 지사 본인도 김씨와 연인 관계는 부인한 채 관계 사실은 인정한 부분이다. 상사와 직원이라는 상하 관계에서 연인은 아닌 데 관계를 맺었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안 전 지사의 변호인들은 재판이 끝난 뒤 조용히 법정을 나왔다.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입장 발표도 없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변호인 중 한 명인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항소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사님과 논의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판결이 당초 무죄를 선고했던 1심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안 전 지사가 법정에서 구속되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서윤·김광연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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