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작년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기준금리(1.75%)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1년 새 10조원 이상 늘었지만, 가입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오히려 적어진 셈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선방한 가운데 적립금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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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
기업은행(024110) 등 국내 6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및 수익률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은행권에 쌓인 퇴직연금 적립금은 모두 85조49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말의 74조5568억원과 비교해 14.7%(10조9379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해주는 확정급여형(DB)과 근로자가 스스로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이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대표적인 노후 자금으로 꼽히며 외형을 키워왔지만 내실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가입자가 전 근로자로 확대된 개인퇴직연금(IRP)의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곳이 많았다. 작년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원리금 비보장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실제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모두 원리금 비보장 부문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IRP원리금보장과 원리금비보장 상품을 합친 평균 수익률은 기업은행이 0.56%로 가장 높았으며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0.28%, 0.14%로 겨우 마이너스를 면했다. 반면 IRP 적립금(3조6222억원)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0.29%의 손실을 보였으며,
우리은행(000030)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0.2%, -0.46% 수익률을 기록했다.
DC형 또한 부진한 결과를 보였다. 작년 말 DC형 원리금·원리금비보장 상품을 더한 단순 평균 수익률은 0.89%로 2018년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1.5%)의 절반에 그쳤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이 평균 수익률 1.25%(적립금 5조7436억원)로 유일하게 1%대 수익률을 거뒀으며 신한은행은 0.89%(적립금 6조4362억원)로 뒤를 이었다. 적립금(6조8689억원)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수익률은 0.82%며, 우리·KEB하나·농협은행은 각각 0.77%, 0.78%, 0.86%의 수익률을 냈다.
이밖에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과 비원리금 보장상품을 합친 단순평균 수익률이 1.25%로 확인됐다. 이는 1년 전 평균 수익률인 1.31%보다 0.06%포인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1.75%보다는 0.5%포인트 낮다.
적립금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입되는 만큼 손실은 없었지만, 수익률을 저조한 셈이다. 수익률은 신한은행이 1.4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KEB하나은행(1.34%), 국민은행(1.26%), 농협은행(1.23%), 우리은행(1.21%), 기업은행(1.06%)순으로 나왔다.
은행 한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주식형으로 편입된 상품에서 손실이 있었다"며 "상대적으로 퇴직연금은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수익률이 크게 높지는 않지만, 세액공제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모델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면 개인형 등은 수익률을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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