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의 탈법행위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주문했다. 혁신성장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투자와 협력은 필요하지만, 대원칙인 '공정경제' 조성을 위해 주주권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인(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297곳으로, 이는 국내 상장사 2110개의 14.1%에 달한다. 사실상 정부에게 기업 경영을 견제하는 수단을 열어주는 셈이라 재계의 반발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상생경제는 대기업 자신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또 "혁신도 포용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되어야 이룰 수 있다"면서 "공정경제가 만든 상생의 기반 위에서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때 혁신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혁신성장의 열매가 공정하고 고르게 나누어질 때 포용국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한 중소기업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 우리는 대기업에게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사례를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다"면서 "우리도 골목에서 세계적인 요리사가 탄생하고, 골목에서 혁신적 발명품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공정경제를 향한 강력한 추진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올해는 공정경제의 성과를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과제도 적극 발굴 추진해야 한다"면서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 등에서 불공정한 거래로 소비자가 피해 입지 않도록 영업 관행과 약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공정경제를 공공 분야에서부터 선도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경제를 위한 국회의 입법노력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기업 소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상생 협력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협력법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언급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9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첫 회의 이후 두 번째다. '토크콘서트' 성격이 강했던 첫 회의에선 민간의 의견을 수렴했고, 당·정·청 주요인사들이 모인 이번 회의에선 실무적인 점검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 배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에게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이라는 말이 아예 사라지도록 더욱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