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유통업계 관행인 후행 물류비가 롯데마트 사례를 기점으로 공정거래위원회 타깃이 되면서 초유의 긴장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롯데마트가 후행 물류비로 인해 대규모 유통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면서 수천억대 과징금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후행 물류비가 납품업체와 유통업체에 모두 이익이 된다며 법리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정 당국의 칼날이 어디로 튈지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형국이다.
23일 업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최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롯데마트를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5년 동안 300여개의 납품업체를 상대로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들어가는 물류비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 문제시 됐다.
납품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는 납품업체부터 물류센터까지의 선행 물류비와 물류센터부터 매장까지의 후행 물류비가 발생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선행과 후행 물류비 모두 납품업체가 부담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롯데마트의 납품업체가 후행 물류비를 내는 과정에 불공정 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후행 물류비가 관행을 넘어 사실상 원칙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이를 불공정 행위로 판단한데 대해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후행 물류비에 대한 제재 선례가 남아 업계로 퍼질지 긴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배송을 위해 납품업체가 일일이 다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나"라면서 "배송과 재고관리 등의 효율성 측면에서 저렴하므로 후행 물류비는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마트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어떤 점을 문제 삼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고, 공정위가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다"라며 "제재가 결정된 것도 아니므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효율성을 위해 물류센터를 이용하고 납품업체가 후행 물류비를 부담하는 것은 구조화됐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납품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행사했거나 물류비를 이중으로 내도록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업계와 별개 문제로 선을 그었다.
공정위가 제출한 심사보고서에는 롯데마트에 대한 시정 명령과 함께 4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당혹스럽다며 "적극적으로 의혹을 소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심사 결과는 오는 3월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최근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율촌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변경하고 법리공방을 준비 중이다.
경기 오산시에 있는 롯데마트 물류센터에서 선물세트 배송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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